[사설] 검찰 동요 말고 거악 척결에 명운 걸어라

입력 2011-07-04 18:04

김준규 검찰총장이 4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검찰에 불리하게 수정된 데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총장은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합의가 깨지거나 약속이 안 지켜지면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 법사위에서 합의안을 수정 의결했을 때 이미 결심했지만 세계검찰총장회의를 주재하는 위치에서 입장을 표명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검찰총장이라도 책임지는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지만 그의 거취 표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편치 않은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퇴를 적극 만류했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뒤 취임한 16명의 총장 가운데 중도 사퇴하는 10번째 총장이 됐다. 검찰청법 12조는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으로 하고, 중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검찰총장이 어떤 외부의 압력과 회유에도 흔들리지 말고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자세로 막중한 소임을 수행하라는 국민의 뜻을 압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도중하차함으로써 조직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총장은 가급적 없기를 기대한다.

비록 수장은 사퇴하지만 검찰은 박용석 대검 차장검사를 중심으로 동요하지 말고 조직 내부를 추슬러야 한다. 김 총장이 “여러분의 사직서와 사퇴 의사를 반려한다”고 한 만큼 대검 부장들과 간부들은 업무에 복귀하는 것이 옳다. 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의혹을 비롯해 전국에서 벌이고 있는 수사도 차질을 빚지 않게 해야 한다. 김 총장의 말처럼 끝장을 보는 자세로 임하기 바란다.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검찰권을 위임받았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국민의 권익·인권 보호와 정·관·재계 유착 등 거악(巨惡) 색출에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을 위해 거듭나는 길이다. 또 검사 수사지휘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때 권력이나 정치권의 입김을 배제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