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48승 1패… 테니스 랭킹1위 조코비치 “챔프는 내 삶의 이유”
입력 2011-07-04 18:02
생애 첫 윔블던 우승. 그리고 세계 1위 등극. 24세 세르비아 청년은 챔피언 세리머니로 코트의 풀을 뜯어먹었다. “동물이 된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잔디 맛은 좋았다”는 게 그의 소감이었다.
‘세르비아 황태자’ 노박 조코비치. 4일(한국시간) 끝난 제125회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통산 11번째 그랜드슬램 대회 챔피언을 노리던 라파엘 나달(25·스페인)을 3대 1로 꺾고 새로운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미 대회 4강으로 7월부터 세계랭킹 1위에 오르게 돼있는 조코비치는 나달을 2위로 끌어내리고 자신이 최강자임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사실 올 시즌을 시작할 때 그가 지존으로 군림할 것으로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남자프로테니스는 2004년 2월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가 앤디 로딕(10위·미국)으로부터 세계 1위를 빼앗은 이후 무려 7년5개월 동안 페더러나 나달 외의 선수에게 1위를 허용하지 않았다. 조코비치조차 2008년과 2009년 US오픈에서 2년 연속 페더러에 막혀 준결승을 통과하지 못했고 2008년 프랑스 오픈에서는 나달에게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US오픈 준결승에서 다시 페더러를 꺾으며 생애 두 번째로 메이저 결승에 올랐지만 그때도 나달에 눌려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08년 조코비치가 호주 오픈 준결에서 페더러를 꺾은 뒤 그랜드슬램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지만 팬들의 관심은 여전히 나달과 페더러에 머물러 있었다. 남자 테니스 선수 전성기가 20대 중반임을 감안하면 조코비치의 존재는 로딕이나 레이튼 휴이트(호주·2001 US오픈, 2002 호주오픈 우승)처럼 그저 한 두번 그랜드슬램 대회를 우승했던 선수로 기억에 남았을 지도 모른다.
올 시즌 첫 그랜드슬램 대회인 호주오픈을 석권한 조코비치는 5월 프랑스오픈 4강전에서 페더러에게 패할 때까지 무려 41연승을 치달았다. 코트 좌우를 발 빠르게 누비는 부지런한 수비, 더 예리해진 스트로크에 서비스 위력까지 더했다. 이번 윔블던 대회 7승을 포함하면 올들어 무려 48승1패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나달에게 그랜드슬램대회 5패를 포함, 7승16패로 뒤져있었지만 올해는 나달과 결승전에서만 5번 만나 모두 승리를 거뒀다.
조코비치의 상승세는 어디까지 갈까.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나는 챔피언이 되길 원하고 그게 내가 태어난 이유다.” 그는 여전히 승리에 목말라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