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신학생들, 여성목회자 그 길을 묻다… 7개 신학대 재학생 모여 에큐메니컬 수련회
입력 2011-07-04 20:34
“여신학생에게 ‘걸림돌’이 무엇일지 말씀들 해 보세요. 사역 기회 불균등, 사역 부서 제한, 결혼, 육아… 네? 거기 뭐라고요? 우리 교회 담임목사님이라고요?”
장마 사이에 반짝 갠 하늘 아래, 실개천이 콸콸 넘쳐흐르는 바로 옆 건물 3층에서 ‘까르르’ 웃음소리가 퍼져나간다. 서울 불광동 팀수양관에서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주최로 열린 ‘2011 에큐메니컬 여신학생 수련회’ 현장이다. 7개 신학교 30여명의 여학생들은 타 신학생들, 선배들과 ‘여성 목회자’의 정체성과 진로, 양성평등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서로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4∼5일 이틀간 수련회 중 첫날 일정 대부분은 각 참석자가 가진 고민을 솔직하게 토로하는 데 할애됐다. 사역자로서의 진로, 신학적 고민 등도 털어놨지만 결혼과 육아, 일과 가정의 양립 등 고민은 20, 30대 일반 여성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저는 담임목사가 꿈인데 남자친구는 탐탁지 않아 한다”, “얼마 전 남자친구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는데 진로가 막연하니 결혼 계획을 잡기 어렵다”는 등의 고백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사회자가 ‘내가 ○○라면 ○○○을 하겠다’는 문장을 제시하며 자유롭게 답하도록 하자 “내가 담임목사라면 여름성경학교 준비를 장로님들과 함께 도맡아 하겠다” “내가 국방부 장관이라면 여성 군목 제도를 만들겠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이 자리에는 연합회 최소영 총무를 비롯해 예장 전국교역자연합회 고애신 전도사,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김신아 목사, 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등 선배 여성 목회자들이 ‘멘토’로 참석했다. 이들이 여성으로서 어려웠던 사역 경험을 나눌 때는 관심이 더 집중됐다. “담임목사로서 첫 목회지에서 사역할 때 우리 교회에 들어온 사람들이 강대상에 여자가 선 것만 보고도 그냥 나갔다” “안수 과정 시험과 논문 제출 기한이 일반 목회 일정과 겹치면 시험으로 대체하도록 해 주면서 출산일과 겹치면 봐주지 않더라” “주일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힘들었다” 등이었다. 특히 20∼30년 전 여신학생의 고민과 지금이 별반 다를 게 없다는 평가에는 분위기가 잠시 침울해지기도 했다.
최소영 총무는 “우물가의 여인(요 4:3∼30)이 비록 끊임없는 배척을 받았어도 결국 메시아를 증거하는 ‘사도’요 ‘전도자’요 ‘희망의 증거자’가 됐듯 우리를 부르시는 하나님을 신뢰할 때 생명의 달란트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이 행사에 참석한 감신대 신대원 총여학생회장 임선미(31)씨는 “다른 교단 신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관심사가 커졌다”며 “에큐메니컬 운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남학생 참가자들도 일부 있었다. 한신대 신학과 학생회장 조성연(20)씨는 “평소 ‘평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성평등’이 그 안에 반드시 포함되므로 이번 기회를 통해 깊이 생각해 보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한편 교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준비 등과 관련해 파열음이 들리는 것에 대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학생도 있었다. 허은버드내(27·감신대 신대원2)씨는 “처음 신학을 시작할 때의 마음을 가지면 된다”면서 “순수했던 마음을 기억하고 만난다면 ‘신학은 하나’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