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자회 창립 10주년… 홀사모들 “이제 희망이 싹틉니다”
입력 2011-07-04 17:52
미자립교회, 무임목사가 넘치는 팍팍한 현실이다. 목회자를 여읜 미망인들의 삶이야 오죽하겠는가. 감리교 홀사모 모임인 예자회(예수자랑 사모선교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4일 오전 서울 방배4동 예자모 사무실을 찾았다. 1주일에 한 번 열리는 예자회 예배시간이다.
한숨도 눈물도 찾아볼 수 없었다. 활력과 웃음꽃이 대신했다. 힘든데도 힘 안 든 척하기 때문이 아니다. 속은 괴로운데 억지로 웃어서도 아니다. 고달픔은 그들에게 오히려 축복이었다. 슬픔은 그들에게 기쁨의 통로였다. “고난은 끝이 없어요. 한시름 놨다 싶으면 또 어려운 일이 찾아오고. 하나님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는 거죠. 그게 바로 하나님의 축복인 거고.” 한숨 대신 웃음을 머금은 김윤출(72) 사모의 말이다.
예배였지만 목사의 설교는 없었다. 대신 성경을 돌아가면서 읽고 삶을 나눴다. 누구 하나 웃어넘길 수 없는 위기의 생활이었다. 한 사모는 남편이 평생 키워놓은 교회를 후임 목사에게 물려줬지만 후원 한푼 못 받고 쫓겨나 그 생각을 할 때마다 잠을 설친다고 했다. 또 다른 사모는 그제 밤 장맛비로 냇물이 넘쳐 하마터면 이재민이 될 뻔했다. 그런데 하나같이 나눔의 끝은 감사였다.
예자회가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목회자 남편이 죽으면 사모는 대부분 조용히 교회를 떠난다. 2∼3년간 아무도 모르게 지낸다. 마음속에 원망, 분노, 슬픔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10년 전 예자회를 시작했을 때도 이 같은 분위기는 쉽게 바뀔 줄 몰랐다. 하지만 나눔이 거듭되면서 서서히 달라져 갔다. 서로를 이해하고 다독이면서 원망과 슬픔은 기쁨과 감사로 변해간 것이다.
예자회는 매년 대학생 22명 등 학생 60여명에게 7000만∼8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저소득층 회원들에겐 생활비도 지원한다. 예산은 감리교단과 교회의 지원 외에 자체 수입으로 충당한다. ‘예자회 된장’을 직접 만들어 팔고, 재봉틀로 각종 옷감도 제작해 판매한다.
앞으로 선교센터도 짓겠다는 계획이다. 예배 공간, 중보기도처, 선교사 쉼터, 자립공동체 터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예자회 이정정(69) 회장은 “예자회 사모들만큼 아픔을 안고 나라와 민족, 교회를 위해 중보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 것”이라며 “앞으로 타교단 홀사모와도 연계해 다양한 자립 활동과 중보기도 활동을 펴겠다”고 밝혔다.
현재 예자회 회원은 367명이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공장 노동자나 외판원, 파출부로 일하고 있다. 매주 월요예배 참석 인원이 20명을 넘기기 어려운 이유다(02-593-0191).
한편 홀사모란 이에스더 요나3일영성원장이 최초로 남편 목회자와 사별한 사모들을 지칭한 뒤 일반화된 용어다.
글·사진=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