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관객’ 위해 재탄생한 바그너 악극… 어린이오페라 ‘지크프리트의 검’

입력 2011-07-04 17:41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는 신과 인간, 난쟁이족과 거인족이 등장하는 독일 기사문학을 원작으로 했다. 장대하고 문학적 향취 가득한 이야기, 특유의 바그너다운 선율 덕에 오페라는 끝없는 생명력을 입고 소설 영화 등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국립오페라단이 1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오페라 ‘지크프리트의 검’ 역시 이 ‘니벨룽의 반지’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어린이와 마법’에 이은 국립오페라단의 어린이오페라 두 번째 시리즈다.

전설적인 줄거리는 판타지 가득한 어린이 동화로 다시 쓰여졌다. ‘절대반지’를 손에 얻은 난쟁이 알베리히는 라인강 깊은 곳의 황금을 훔쳤다가 신들의 왕 보탄에게 빼앗기고 만다. 반지를 빼앗긴 알베리히가 저주를 건 덕분에 반지를 소유한 자마다 적들에게 둘러싸이며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지크프리트의 검’이 아동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애쓴 흔적은 역력하다. 노래에만 집중하던 기존의 오페라에 비해 가수들의 연기적 요소가 풍부해졌다. 가수들은 무대 곳곳은 물론 객석에서 불쑥 등장한다든가 하는 기존의 고전 오페라에서 보기 힘들었던 ‘파격’을 서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어렵지 않은’ 오페라라는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다.

무대 역시 공을 들였다. 변화무쌍하고 화려해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기에 부족하지 않다. 게다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은 오페라가 주로 공연되는 대형극장이 아닌 중소규모의 공연장이다. 관객들은 무대의 디테일은 물론 가수 한 명 한 명의 표정까지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이야기 구조는 되도록 쉽게 풀어가면서도 음악적 요소는 원작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힘썼다.

그러나 총 17시간짜리 4부작의 장대한 작품이 1부 100분에 표현되다 보니 지나치게 압축적으로 흐른 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연기 요소를 강화하긴 했지만 각종 매체의 자극적인 퍼포먼스에 익숙한 어린이 관객에게 어느 정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막을 따라가기 버거운 어린이 관객을 위해 오페라곡의 가사를 모두 한국어로 바꾸는 시도를 했으나 성악가들의 한국어 발음을 알아듣기 어려우니 미리 ‘예습’을 하고 관람하는 게 좋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