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홍준표 체제로] 큰 절로 호소 등 막판 표심잡기 애절… 각 후보 진영간 신경전도 치열

입력 2011-07-04 18:48


차기 한나라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4일 전당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서 치러졌다.

7000여명이 운집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거대한 용광로를 방불케 했다. 7명의 후보들은 대의원들을 상대로 마지막 지지를 호소했다. 단상에 올라 대의원들을 향해 큰절을 하기도 했다. 관중석에서는 지지 후보의 이름이 연호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영상 축사를 통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합과 변화”라며 “오늘 선출된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자”고 호소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우리에게는 어떠한 계파도 없으며 오직 국민만을 위하는 하나의 한나라당만 있다”고 말했다.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정권을 내줄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민생정책 강화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요청했다.

후보들의 정견 발표가 시작되자, 전대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입술을 깨물며 큰절을 한 원희룡 후보는 “독설로 남에게 상처 주고, 자기와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면 누구나 흔들어대는 독불장군은 안 된다”며 홍준표 후보를 정조준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홍 후보는 큰절을 했지만 원 후보에 대한 언급은 없이 “당대표가 되면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 총리와 장관직에 병역면제, 탈세, 부동산 투기를 한 사람이 못하게 하고 내년 공천에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권영세 후보는 “수도권이 무너지고 정권이 넘어가게 생겼는데, 양지에만 서 있다 당을 망쳐놓은 세 분이 또다시 나왔다”며 전임 지도부 출신 후보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나경원 후보는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4·27 재·보궐선거가 끝나고 출마를 고민했지만 소임을 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친박근혜계 유승민 후보가 “(친이명박계의 지지를 받는) 원 후보가 친이·친박 화해하자고 한다. 좋다. 화끈하게 하자”고 말하자, 원 후보 지지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남경필 후보는 “아버지가 한나라당 의원(故 남평우 전 의원)이셨다. 타고난 한나라당의 아들인 제가 당의 변화를 이끌어내 잃어버린 500만표를 찾아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사무총장에 여성을 임명하고 핵심 당직에 소외된 인사를 기용하며 젊은 청년이 당의 문을 두드리도록 당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공약했다.

대의원석에 앉아서 전당대회를 지켜본 박근혜 전 대표는 “(1인 2표에서) 두 번째 표는 누구한테 줄 건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으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비밀”이라고 했고,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이번 전대에서 끝까지 중립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역시 여권의 잠룡인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도 모습을 나타냈지만 투표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각 후보 진영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홍 후보 측은 대형 스크린이 달린 선거차량도 모자라 길이가 18m나 되는 휘장을 게시할 수 있는 ‘스카이’라는 장비를 끌고 와 눈길을 끌었다. 나 후보 지지자들이 전대 시작 전 중앙무대가 잘 보이는 50여개 좌석에 응원도구 등을 걸쳐 놓자 유 후보 지지자들이 “자리를 맡아 놓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전대에서는 법원의 효력정지 결정으로 논란이 됐던 ‘선거인단 21만명 확대’ 당헌·당규 개정안이 표결 절차 없이 대의원들의 박수로 추인됐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