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금감원장 “저축銀 사태 터져 ‘금융 종결자’ 취지 못살렸다”
입력 2011-07-04 21:54
권혁세(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월 28일 취임사에서 자신이 ‘한국금융의 종결자’임을 선언해 금융권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저축은행 비리로 위상이 추락한 금감원 조직을 추스르며 조용한 자세를 유지해 왔다.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권 원장을 만나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소회와 향후 금감원 쇄신방안을 들어봤다.
-오늘 발표한 저축은행 경영전전화 방안의 핵심은.
“저축은행 전반에 대해 경영진단을 실시함으로써 감독부실로 추락한 저축은행의 신뢰를 회복토록 할 것이다. 또 금융안정기금을 활용해 우량한 저축은행들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축은행들은 앞으로 먹고살 거리가 없다고 걱정하는데.
“사실 저축은행 조달금리는 5% 정도로 10% 이상인 대부업체들보다 여건이 좋음에도 다른 데 한눈을 파는 바람에 서민금융 시장을 내줬다. 일본계 대부업체 러시앤캐시가 자산 1조원가량임에도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점과 비교해 봐라.”
-서민금융 중개기능 강화를 위한 복안은.
“저축은행들도 대부업체 상품이나 (금융당국의 지도로) 신용카드사들이 축소하고 있는 카드론과 같은 상품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분야에서 서민금융 중개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줄 것이다. 그간 지역별로 점포 수가 막혀 있던 것도 저축은행들이 PF 대출에 과도하게 뛰어든 원인이다. 이런 한계점을 보완해 영업채널 확충 방안도 강구할 것이다.”
-저축은행 신규 부동산 PF 대출은 어느 정도인가.
“PF 대출을 총 대출금의 30%에서 20%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신규 대출의 길은 막혀 있다. 향후 지속적으로 신규 PF 대출을 못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총리실 산하 금융감독 쇄신 태스크포스(TF)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방안을 놓고 논쟁이 활발하다.
“저축은행 사태가 확대되기 전 이미 금감원 조직을 개편했다. 가장 중점을 둔 분야가 소비자보호였다. 소비자보호국도 신설했다. 그동안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분야를 해당 감독국이 맡아하던 것을 모럴해저드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비자보호국에서 독립적으로 하도록 했다. TF 결정에 따르겠지만 이미 금감원 내에 분야별 감독국과 소비자보호국의 방화벽을 충분히 쳐서 감독하도록 조치를 해 놨다.”
-3월 취임사에서 한국 금융의 종결자가 되겠다고 밝혔는데.
“사실 금융감독과 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노하우가 뛰어난 조직을 만들려는 취지였지, 금융기관들을 잡겠다는 의도는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아직 그런 취지를 살리지 못한 건 사실이다. 솔직히 취임 후 100일이 너무 길었다.”
-금감원 자체 쇄신 방안은.
“도처에서 ‘금융강도원’에 다닌다며 비난받는 직원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주말에 등산갔다 만나는 사람들의 눈초리를 봐도 금감원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느낄 정도다. 이런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작은 부분에서부터 쇄신이 일어나야 한다. 그나마 직원들이 최근 소비자보호를 위해 하나라도 더 찾아내서 보고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이 많이 나타나고 있어 다행이다.”
-일선 금감원 출신 금융기관 감사 자리가 막혀 인사 적체 등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할 텐데.
“지금까지는 정년 58세 되기 4년 전 보직해임(D-4년 원칙)이 관행이었다. 앞으론 이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다. 소비자 보호분야 등에서 교수요원이나 상담역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