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그머’ 정민아 “생계위해 주먹밥 팔때 그 순수한 마음으로 관객들에 音 선사할 것”
입력 2011-07-04 17:27
정민아(32)는 자신을 ‘모던 가야그머’로 소개한다. 퓨전 국악을 한다는 의미의 ‘모던(Modern)’에 가야금 연주자를 영어식으로 바꾼 ‘가야그머’를 합쳐 만든 단어다.
생소하게 들리는 이 조어만큼이나 그의 음악은 색다르다. 맑은 가야금 소리에 맞춰 자신의 일상을 풀어내는 정민아의 노래엔 꾸밈이 없다. 그래서 2005년 미니앨범 발표 이후 매번 음반을 내놓을 때마다 그에겐 평단의 호평과 마니아층의 갈채가 쏟아졌다.
정민아를 최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오는 8일 서울 서교동 ‘홍대 브이홀’에서 열리는 3집 ‘오아시스’ 발매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공연 소개를 부탁하자 정민아는 “차분하고 서정적이면서도 때론 신나게 즐길 수도 있는 공연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1,2부로 나눠 진행되는 콘서트에는 옥상달빛 등 인디밴드들도 게스트로 나와 무대를 빛낸다.
2005년 미니앨범 ‘애화’를 내놓으며 데뷔한 정민아는 이듬해 1집 ‘상사몽’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뮤지션이다. 이 앨범은 1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음반에 실린 ‘무엇이 되어’는 이후 중학교 2학년 일부 음악교과서에 실렸다. 지난해 2집 ‘잔상’을 발표한 그는 이번 3집을 통해 평범하면서도 색다른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대표적인 곡이 ‘주먹밥’이다. 정민아는 2009년 7월 서울 광화문역 7번 출구 앞에서 생계를 위해 주먹밥 장사에 나섰던 경험을 악보에 옮겼다. 전화상담원을 그만두고 ‘창작에 전념하기 위해’ 주먹밥 팔이에 나섰을 때 들떴던 심경, 장사가 망했을 때 씁쓸함을 무겁지 않은 멜로디에 실어 노래했다.
정민아는 “인디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은 다들 나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는 만큼 이런 사연이 특별할 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장사에 나섰던 이유와 스스로 분석한 폐업의 원인을 들려줬다.
“마포역 4번 출구에서 샌드위치를 파는 친구가 있는데 장사가 잘 된다고 해서 저도 광화문역에서 주먹밥을 팔기로 한 거죠. 카레주먹밥이었는데 주먹밥은 만들었을 땐 맛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맛이 없어진다는 걸 깜빡한 게 잘못이었어요. 이번 공연에서 남은 젓가락을 (객석에) 뿌려볼까 생각 중이에요(웃음).”
정민아는 “가야금은 줄을 한 번 뜯은 뒤 허공으로 사라지는 음들을 잡아서 놀 줄 알아야 하는 악기”라며 “언제나 다른 연주자들과 하나가 돼서 무대에서 대화하는 꿈을 꾸는데, 이번 콘서트에서 그런 호흡을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박지훈 기자,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