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서 귀환 외규장각 의궤 중 다섯책 첫 공개… 인목대비 장수잔치·경희궁 중건 과정 등 묘사

입력 2011-07-04 22:18


145년 만에 귀환한 외규장각 의궤 일부가 공개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5월 귀환이 완료된 외규장각 의궤 297책 가운데 5책을 4일 박물관 수장고 유물포장실에서 언론에 선보였다. 공개된 의궤는 17세기에서 19세기까지 궁중 잔치와 왕비 및 세손 의 장례, 궁궐 건축 등을 시대별, 주제별로 간추린 것이다.

인목대비(1584∼1632)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인조가 올린 잔치행사를 기록한 풍정도감(豊呈都監·1630년)은 외규장각 의궤 중 가장 오래된 유일본이다.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에게 존호를 올릴 때 의식을 기록한 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莊烈王后尊崇都監·1686)는 초록색 구름무늬 비단으로 표지를 싸고 놋쇠로 철을 한 다음 5개의 못을 박은 가운데 둥근 고리를 다는 등 의궤 장정 기법의 정수를 보여준다. 또 장렬왕후의 장례식을 기록한 국장도감(國葬都監·1688) 중 발인 반차도는 장례의 주인이 여성이기 때문에 시신을 모시는 수레 좌우에 장막을 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도세자와 혜빈 홍씨의 장남이자 정조의 형인 의소세손(1750∼52)의 장례를 기록한 의소세손예장도감(懿昭世孫禮葬都監·1752)은 세손의 장례 의궤로는 보기 드물고, 서궐영건도감(西闕營建都監·1831)은 경희궁 중건 과정을 적은 귀중한 자료다.

의궤 실물 외에도 천릉도감의궤(遷陵都監儀軌)와 존숭도감의궤(尊崇都監儀軌)의 겉포장지였던 비단 표지가 함께 공개됐다. 박물관 측은 “1970년대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외규장각 의궤 297책 중 11책을 제외한 286책의 표지를 서양비단으로 개장(변경)한 후 별도로 보관하고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궤는 통상적으로 임금이 감상하기 위한 어람용(御覽用) 1부와 보관이나 해당 기관 참고를 위한 분상용(分上用) 5∼9부가 제작됐는데 외규장각 의궤는 대부분 어람용이다.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약탈한 외규장각 도서는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27일까지 4차에 걸쳐 ‘5년 단위의 임대’ 형식으로 국내에 반환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로 들어갔다. 박물관은 오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145년 만의 귀환 외규장각 의궤’ 전을 열 예정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