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연구기관서 인건비 부풀려 2년간 829억 꿀꺽… 국가 R&D 사업비는 ‘눈먼 돈’
입력 2011-07-04 18:24
A대학 교수 3명은 정부로부터 ‘지능형 도시공간 정보서비스 표준화’ 사업을 따낸 뒤 27명을 연구원으로 참여시켰다. 교수들은 연구원들이 인건비로 받은 3억8000만원을 회수해 이 중 2억8000만원만 지급했다. 나머지 1억원은 연구실 운영경비 등으로 썼다. 특히 한 교수는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자기 제자의 이름을 올려 인건비 920여만원을 횡령했다.
국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R&D) 사업의 예산 누수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4일 발표한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실태’ 감사 결과, 연구원 허위 등록이나 인건비 과다 신청 등으로 연구개발비가 낭비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지난해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은 13조7000억원이다.
전자부품연구원은 2009년 국가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면서 규정된 인건비보다 75억원이나 더 신청해 지급받았다. 국가연구개발과제의 연구원 인건비는 소속기관 기준연봉의 10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신청하는 연구기관이나 정산하는 정부 부처 모두 이를 무시한 것이다. 전자부품연구원은 인건비 초과분으로 전 직원의 임금을 전년보다 40.5% 인상시켰다.
감사원은 2008∼2009년 2년간 15개 연구기관에서 과다 수령한 인건비가 829억원에 달한다고 파악했다. 또 같은 기간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연구원으로 등록시켜 부당하게 인건비를 타낸 사례도 117명, 24억여원이나 됐다.
지식경제부가 ‘국제기술인력 양성사업’을 추진하면서 2006∼2010년 기술기반분야 지원대상자 25명 중 17명을 지경부 공무원으로 선정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사업이 지경부 공무원의 해외연수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연구개발과제의 선정이나 평가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의 경우 기획과제 397개 중 과제를 기획한 위원이 과제를 따낸 경우가 253개(63.7%)나 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하루 50t 규모의 하수슬러지 탄화처리 설비기술 개발을 맡긴 후 해당 업체가 개발에 실패했는데도 성공으로 평가해 18억여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