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학회 한범수 회장, 직접 만든 곡 현악앙상블 연주 딱딱한 회의에 생기를 불어넣다
입력 2011-07-04 21:26
“샌프란시스코 노래가 있는 곳/샌프란시스코 가슴이 우는 곳/떠나는 비행기 애달픈 눈물 되어 흐른다”
현악앙상블 ‘남쪽바다’의 낯설고도 애잔한 클래식 선율이 흐르자 20여개국에서 온 관광학자 수백명이 순간 숙연해졌다.
한국관광학회와 아시아태평양관광학회 주최로 4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경기대학교에서 열린 ‘2011 관광학 국제학술대회’ 개막식 자리였다. 처음 연주된 곡은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며’.
이어 두 번째 곡으로 ‘관광학자들의 만남을 기리며’라는 부제가 붙은 ‘관국지광(觀國之光)’이 연주되자 참석자들은 “도대체 누구 작품이지”라며 의아해했다.
이날 연주된 곡을 만든 이는 바로 이 대회를 공동 주최한 한국관광학회의 한범수(53·사진) 회장이었다.
한 회장은 “학술대회가 자못 딱딱하기 쉽고, 만남도 너무 형식적일 수 있어 참가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대회를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깜짝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지만 작사·작곡 분야에도 조예가 깊다. 그는 대학원 시절 영화 ‘아마데우스’를 본 후 클래식에 심취했다고 한다. 음악을 즐겨 듣던 그는 3년 전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작사·작곡에까지 발을 들여놓았다.
한 회장은 “처음엔 악보를 볼 줄 몰라 쩔쩔맸는데 어느 순간 저절로 작곡이 됐다”고 했다. 지난 3년 동안 만든 곡이 88편이나 될 정도로 작사·작곡에 심취했다. 이날 선보인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며’는 여행길의 단상을 비행기 안에서 오선지에 그려 만든 작품이다. 이 곡은 컴퓨터 안에 저장되어 있었으나 우연한 기회에 마산시향에서 활동했던 편곡자 오혜란(50)씨가 발견해 빛을 보게 됐다. 오씨가 곡이 순수하고 느낌이 좋다며 편곡을 자청하고 나섰고, 아예 국제학술대회에서 선보이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
이날 저녁 열린 가든파티에서 색소폰 연주까지 들려준 한 회장은 “꿈은 꾸는 자의 몫”이라며 “올가을에는 50분짜리 창작오페라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시와 서예에도 조예가 깊고 검도와 농구에도 일가견이 있는 팔방미인이다. 그의 노트북엔 직접 지은 시가 1000여편이나 저장되어 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 참가한 학자는 해외석학 250여명을 포함해 1300여명. 미국 콜로라도대학의 조셉 오레오리 학장을 비롯해 투어리즘 지오그래피스의 알란 류 편집위원장 등 세계적 석학들이 모여 ‘글로벌 관광도시의 도전과 과제’ 및 ‘관광교육인증제’ 등을 핵심 주제로 6일까지 논문발표와 토론회를 갖는다.
글·사진=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