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최현수] 이제는 국회가 나서라

입력 2011-07-04 17:38


세계 최강의 미군이 막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데는 1986년 제정된 골드워터-니콜스법이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법이 제정되기 전 미군은 육·해·공·해병대의 반목으로 중요 작전들이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미군 구조를 바꿔 합동성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법이 제정되고 난 뒤 미군은 이를 기반으로 20여년간 국방개혁을 이어가고 있고 이의 결실은 최근 각종 전투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 법이 강한 실천력을 지니게 된 것은 입법 과정에서 최대한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작업과 지지를 얻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골드워터-니콜스법은 군이 발의한 것은 아니다. 82년 당시 미군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사람은 합참의장 데이비드 존스 공군대장과 육군참모총장 에드워드 메이어 장군이었으나 이런 지적을 법으로 성사시킨 주체는 의회였다. 특히 공화당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과 민주당 빌 니콜스 하원의원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군은 의회가 주도하는 국방개혁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85년 당시 캐스퍼 와인버거 국방장관뿐 아니라 합참의장 존 베시는 이런 법이 만들어질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합동작전 수행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이는 국방 조직구조의 문제이기보다는 작전에 참여한 개개 요원의 문제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베시 장군의 뒤를 이어 합참의장에 오른 윌리엄 크로 제독은 “의회에 의한 국방개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군 내부 차원의 변화를 통해 이를 막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해군참모총장 제임스 와킨스 제독은 하원군사위원회가 의견수렴을 위해 마련한 회의에서 “미국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형태의 법안”이라고 맹비난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다리 하나를 잃은 니콜스 하원의원은 모욕감을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국방개혁에 미온적이었던 존 타워 상원의원의 뒤를 이어 상원군사위원회를 이끌게 된 골드워터 의원은 85년 10월 국방개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상원군사위원회 요원들과 수일간 은둔생활을 하며 그간 논의된 개혁안을 꼼꼼히 검토했다. 이어 군사전문가 제임스 로처가 작성한 국방개혁 필요성에 대한 보고서를 상원참모보고서로 채택했다.

군의 반대가 거세지자 골드워터는 스스로를 ‘반대의견을 중재할 사무실’이라고 부르며 법안에 대한 우려를 듣고 수정하는 동시에 설득작업을 펴갔다. 결국 86년 5월 7일 상원은 찬성 95, 반대 3으로, 하원에서는 찬성 406, 반대 4로 골드워터-니콜스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방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을 보면 군이 스스로 추진한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미국처럼 의회가 중심이 되거나 독일처럼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마련한 ‘국방개혁 기본계획 11-30’ 관련 법안이 지난달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상정됐다. 국방위는 22일 공청회를 열어 국방개혁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었다. 국방부는 이번 계획의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이 계획에 반대하는 예비역 및 민간전문가의 목소리도 거셌다. 양측은 국방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했다.

하지만 어떻게 개혁할 것이냐를 놓고는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이제는 이들의 의견을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입장에서 절충한 균형 잡힌 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바로 국회이고 의원들인 것 같다. 마치 골드워터 의원과 니콜스 의원이 했듯 말이다.

한 군 원로는 “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륜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끈질긴 분석과 검토 노력이 없었다면 미군 자체로서는 국방조직의 제반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며 이로 인한 걸프전의 승리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의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