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원년 멤버 김대희·김준호가 밝히는 ‘600회 장수’ 비결
입력 2011-07-04 17:27
KBS ‘개그콘서트’(‘개콘’)가 지난 3일 방송 600회를 맞았다. 많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한 방송가에서 꿋꿋이 생존해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숱한 스타와 유행어를 양산한 ‘개콘’은 요즘도 매주 10% 중반대의 시청률을 기록한다. 전체 예능 프로그램 순위를 매겼을 때 매주 ‘톱 5’ 안에 드는 성적이다. ‘개콘’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서울 여의도 KBS에서 개그맨 김대희(37)와 김준호(36)를 만났다. 둘은 1999년 9월 ‘개콘’ 첫 방송부터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을 지키고 있는 유일한 원년 멤버들이자 ‘개국공신’이다. 이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추억을 되짚다가도 간간이 유머러스한 ‘입담 대결’을 펼쳤다. 천생 개그맨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장수 비결을 꼽자면.
△김대희(대)=선후배 간의 조화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랑 준호랑 13년째 하고 있잖아요. 저희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후배들에게 전수되고, 반대로 저희 역시 후배들로부터 자극을 받죠. 제작진과도 서로 끊임없이 대화해요.
△김준호(준)=‘개콘’은 혼자 잘해봤자 성공할 수 없는 무대예요. 함께 노를 젓는 조정경기랑 비슷해요. 저를 포함 박성호 형이랑 대희형, 이수근, 김병만 5명으로 구성된 ‘원로회의’도 있어요. ‘개콘’이 전반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졌다거나 구성원들 사이에 문제가 있으면 저희들끼리라도 모여서 의논을 해요. 이런 가족 같은 분위기가 개콘의 장수 비결일 거예요.
-‘개콘’을 뺀 나머지 코미디 프로그램은 거의 폐지됐는데.
△준=99년만 해도 SBS에만 개그맨이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8개가 있었어요(김준호는 96년 SBS 공채 5기로 데뷔했다). 그런데 거의 다 없어졌죠. ‘개콘’ 같은 프로그램이 2,3개만 더 생겨도 후배들이 다른 (버라이어티) 쪽으로 눈 돌리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자리 잡을 수 있을 때까지 좀 (방송사가) 지켜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대=‘개콘’에서 인지도 끌어올린 뒤 버라이어티 쪽으로 가는 후배들이 많은데, 그런 후배들 보면 ‘개콘이 (버라이어티로 가기 위한) 발판 밖에 안 되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서 안타까워요.
-각자가 꼽는 최고의 코너가 있다면.
△준=대희형이 했던 ‘대화가 필요해’ 아닐까요. 스토리 라인도 살아있고 가족끼리 대화가 부족한 시대상도 풍자하는 의미도 있었어요.
△대=저는 ‘집으로’가 기억에 남아요. 페이소스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개콘’ 무대는 무엇이었나.
△준=99년에 고려대 안암캠퍼스 노천극장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그때 3만명 가까이 모였을 거예요. 한 번 웃기면 웃음소리가 (앞줄부터 뒷줄까지) 파도 소리처럼 퍼져나가는데 정말 놀랐어요.
△대=무대에 섰는데 사람이 점으로 보이더라고요. 그때 어떤 기자분이 그 무대를 보고 (무대에 선 8명을) 코미디를 살린 ‘개그전사’라고 쓰셨어요. 그래서 당시 ‘개그 전사가 밤무대 뛸 수 없다’는 생각에서 행사도 안 했어요. 엄청 후회합니다(웃음).
-코미디언이 된 계기가 있는지.
△준=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여명의 눈동자’를 패러디한 연극을 했는데 ‘무대의 맛’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대학도 연영과(단국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가게 됐죠. ‘언젠가 코미디 영화를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럴 거면 개그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코미디언 시험을 보게 된 거죠. 처음엔 3∼4년만 하다가 영화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어요.
△대=저 역시 고등학교 때 연극반 활동을 해서 자연스럽게 연영과(청주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96년 초에 군대에서 휴가 나와서 대학로에서 ‘컬트 삼총사’의 개그 공연을 보는데 소름이 돋더라고요. 감동했어요. ‘저 형들처럼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노장’으로서 후배들 중에 ‘물건이다’ 싶은 인물이 있다면.
△준=신보라요. 연영과 출신도 아닌데 목소리 톤도 좋고 감수성도 뛰어나요. 드라마나 영화 쪽으로 가도 성공할 수 있는 재목이라고 생각해요.
△대=저 역시 보라가 잘하는 것 같아요. 개그감도 뛰어나고 연기력도 좋고 예쁘고 노래도 잘하고…. 정말 팔방미인이에요.
-무대에 섰을 때 반응이 별로일 때도 있을 텐데.
△준=저희처럼 오래한 사람들은 ‘이쯤에서 (웃음이) 터지겠구나’ 이렇게 다 계산하고 올라가거든요. 그런데 안 터지면 정말 진땀나요. 무대에서 내려오면 창피해서 후배들 얼굴을 못 쳐다봐요.
△대=식은땀에 얼굴 빨개지는 건 기본이고 얼른 집에 가고 싶어지죠.
△준=대신 웃음이 터지면 무대에서 내려와서 하이파이브하고 그러죠. (장기 고정 코너가 될 것 같다는 의미로) ‘6개월 열차 탔다’ ‘1년 열차 탔다’ 서로 얘기해주고.
-둘이 처음 봤을 때 첫 인상은.
△대=저는 99년에 KBS에 공채 14기로 들어왔으니 준호가 엄밀히 따지면 저보다 3년 선배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준호한테 ‘선배님’이라고 했죠. 그런데 준호가 형 동생으로 지내자고 하더라고요. 남자답고 성격 좋다고 느꼈죠. 그런데 그게 다 연기더라고요(웃음).
△준=제대하고 (김)미화 누나랑 심현섭 선배가 ‘개콘’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해서 갔다가 처음 봤죠. 정말 어색했어요. 그때 대희형은 TV에 가끔씩 나오는 ‘연예인’이었거든요. 신기했죠.
-10년 뒤 둘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대=제가 26살이고 준호가 25살 때, 그러니까 99년 둘이 처음 시작할 때 아이디어 회의 끝나면 포장마차에서 술잔 기울이며 그런 얘길 했어요. ‘10년 후에 우리 뭐하고 있을까’. 그런데 그때부터 10년 지나도 ‘개콘’하고 있더라고요. 10년 뒤면 우리가 40대 중반인데 ‘개콘’ 하고 있으면 대박이겠죠.
△준=전 심형래 선배나 외국의 짐 캐리처럼 코미디 영화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지금의 코미디 콘텐츠를 좀 더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