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론스타 1조5000억 대출 당초엔 반대했었다
입력 2011-07-03 16:44
하나은행이 인수를 추진 중인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에 1조5000억원을 대출하는 데 대해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당초엔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이를 막을 방안이 없는데다 자칫 해외 여론에서 자본 통제를 한다는 등의 비난이 일 가능성을 우려해 막판에 이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3일 론스타의 국내 법률대리인인 김앤장과 하나금융지주 인사들에 따르면 지난달 론스타가 한은에 대출신고서 제출을 문의할 때 한은은 신고서 접수를 꺼리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외국환관리법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이 외국환은행이나 비거주자에게 300억원 이상을 대출해 줄 경우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한은에 신고하게 돼 있다. 한은이 대출신고 요건 등을 점검, 결격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신고를 접수하면 곧바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한은은 대출신고서 제출 후 기한인 5일이 지나도록 확답을 주지 않다 ‘1조5000억 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의견서를 첨부해 제출해 달라’는 회신을 론스타에 보냈다. 론스타는 김앤장을 통해 이자율과 대출조건, 상환계획 등을 담은 ‘내용증명’까지 한은에 제출했다. 금융위원회도 하나금융 측의 ‘사전 통보’에 대법원 확정판결 등을 기다리는 상황 등을 고려,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로 인해 지난달 말까지도 론스타에 대한 대출이 무산되는 걸로 판단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1990년 중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할 때 외국환 거래 자유화 등의 조건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현재 법적으로 대출 승인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는 없다. 나온 정보들을 종합하면 한은은 론스타에 대한 하나금융의 대출 요건을 까다롭게 점검하면서 시간을 끌다 금융당국이 ‘허용’으로 방향을 틀자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보인다.
환율 변동성도 한은과 금융위가 론스타에 대한 대출신고 접수를 주저한 이유로 보인다. 대출금 1조5000억원을 론스타가 받아가려면 달러로 환전해야 하는데 액수가 10억 달러를 상회해 환율시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원화를 달러로 바꾸면 환율상승(원화가치하락) 효과를 가져온다. 고물가 상황에 따라 환율하락 기조를 용인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당국으로서는 거액의 대출금 지급은 난감해질 수 있다.
한편 론스타가 거액의 대출을 하나금융에 요청한 것은 투자자들의 투자금 환매 요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인 론스타로서는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려 수익금을 투자자에 돌려줘야 하지만 외환은행 매각이 지체되면서 최근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로 론스타 경영진이 곤경에 처해있다는 얘기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