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이 바꾼 수출 풍향계… 만성 對日 무역적자 개선, 남미서도 일본 車 제쳤다
입력 2011-07-03 18:56
우리나라의 만성적인 대일(對日) 무역수지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본차에 뒤지던 현대·기아자동차가 유럽에 이어 남미에서도 판매량에서 일본 업체들을 제쳤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일본의 제조업 경쟁력이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일시적인 반사이익에 기대지 말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일 무역적자 줄어=지식경제부는 3일 우리나라의 상반기(1월 1일∼6월 20일 기준) 대일 수출액이 17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9% 늘어난 반면, 수입액은 321억 달러로 11.3%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수출 급증에 따라 대일 무역적자는 144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181억5000만 달러)보다 줄었다.
특히 대일 무역적자 감소에는 동일본 대지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대지진 발생 직후인 지난 3∼4월 대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각각 53.5%와 63.2% 급증했고, 6월(1∼20일) 수출 증가율도 51.9%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3월 수입 증가율은 8.4%였고 4월에는 3.8%로 낮아졌다.
수출 품목별로는 석유제품(157.0%), 무선통신기기(87.1%), 석유화학(42.3%), 철강(37.7%) 등 대부분 증가세를 보였다. 대지진 직후인 3월 12∼29일에는 생수(785.5%), 다시마(406.0%), 라면(123.3%) 등 생필품 수출이 급증하기도 했다. 지경부 측은 지진으로 대일 수출이 늘었을 뿐 아니라 일본 제품의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우리나라의 부품·기계류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남미서 일본차 앞서=3일 미국 자동차전문 미디어 워즈오토(Ward’s Auto)에 따르면 지난 1∼5월 현대·기아차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남미 5개국에서 총 7만5792대(트럭, 버스 제외)를 판매했다. 일본 도요타(6만7614대)와 혼다(5만4934대)를 누르고 아시아 브랜드 중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린 것이다.
특히 5월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5월(1만3641대)보다 24.5% 늘어난 1만6986대를 판매한 반면 도요타와 혼다는 지진 여파 등으로 각각 3.8%, 6.3% 줄어든 1만4413대와 1만94대를 파는 데 그쳤다.
현대·기아차는 2009년만 해도 남미 5개국에서 도요타와 혼다에 뒤졌지만 지난해 18만610대를 팔아 도요타(17만7793대)를 제치고 아시아 브랜드 판매 1위에 등극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공사 중인 현대차 브라질 공장이 내년 가동을 시작하면 남미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유럽에서도 올 들어 5월까지 누적 판매대수 28만3506대를 기록해 도요타(25만6935대)에 앞서며 아시아 브랜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