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월세’ 15년來 최대폭 상승… 올 들어 매달 상승폭 키워
입력 2011-07-03 21:35
서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에 사는 이모(39)씨는 울며겨자먹기로 이달 중순 전세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집주인이 113㎡(34평)짜리 전세가를 2년 전 4억8000만원에서 8억원으로 66%나 올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아이 학교를 생각하면 다른 곳으로 이사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강남1번지’ 서울 대치동은 청실아파트 재건축 추진에 따른 1400가구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서 인근 아파트 전세가가 수천만원씩 오른 것은 물론 전세물건 품귀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서울 마포, 여의도, 강남역 부근과 경기도 분당 등의 오피스텔 임대료도 큰 폭으로 올랐다. 마포 54.87㎡ 오피스텔의 경우 1년 전 2000만원 보증금에 58만원 월세를 냈으나 최근에는 65만원까지 올랐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전·월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가공식품가격과 공공요금도 줄줄이 오르고 경기 회복에 따른 임금 인상도 복병으로 자리잡고 있어 하반기 물가 불안이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월세가격 상승률이 지난해 6월보다 2.8% 올라 1996년 10월(2.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월세가격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1월 1.6%, 2월 1.9%, 3월 2.1%, 4월 2.3%, 5월 2.6%에 이어 6월 2.8%로 올 들어 매달 상승폭을 키워가고 있다.
전세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전국의 전세가 상승률은 4.6%로 2003년 5월 4.8% 이후 최고치다. 올 2분기 전세가는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4.3% 올라 2003년 2분기(4.7%)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문제는 이 같은 전·월세 가격 상승세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란 점이다. 주택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전·월세로 몰리는 데다 올 하반기 전국의 신규 입주 물량은 예년에 비해 40%가량 줄었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이주를 앞둔 가구는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공식품과 서비스가격도 고삐가 풀렸다. 뚜레쥬르는 지난 1일부터 케이크 26개 품목과 과자, 쿠키 23개 품목 등 49개 품목의 매장 공급가를 평균 9% 올렸다. 지난달 15일 빵 28종 가격을 평균 8% 올린 데 이어 보름 만이다. 뚜레쥬르의 가격 인상은 올 들어 벌써 네 번째다. 파리바게뜨 역시 원가 상승을 이유로 지난달 24일부터 전체 690개 가운데 60개 품목 가격을 평균 9.2% 인상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예년 2%대에 머물던 집세(전·월세)가 지금 4%대까지 뛰어 근원물가(공급 충격이 큰 농축산물·석유류 등을 제외한 물가)를 상당히 끌어올리는 측면이 있다”며 “집세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소비자물가지수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