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되든 좌클릭 가속” 민주당도 與 전대 촉각

입력 2011-07-03 18:39

민주당이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발 ‘쇄신 바람’이 내년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지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우선 한나라당 대표 후보들이 모두 노선과 정책 기조에서 변화와 친(親) 서민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 5월 황우여 원내대표 선출로 시작된 집권당의 전반적인 ‘좌클릭’ 행보가 새 대표의 등장으로 더욱 가속화하면 야당이 정책적으로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3일 “손학규 대표의 ‘민생진보’ 노선에 대해 지금도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당 안팎의 비판이 있지 않느냐”며 “향후 개혁성향을 좀 더 뚜렷하게 강화하지 않으면 ‘한나라당과 뭐가 다르냐’는 공격에 계속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체 상태에 있는 야권 통합 논의에도 일정한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4·27 재보선 이후 손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줄곧 야권 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해 왔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거의 없는 상태다. 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전대를 통해 새롭게 체제 정비를 하면 지지부진한 야권 통합 논의에도 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당권 경쟁 구도에도 적잖은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전후에 있을 전당대회에 출마가 예상되는 당권 주자로는 박지원 이강래 박주선 이인영 의원 등이 꼽힌다. 현재로서는 박지원 의원의 조직력과 지지기반이 우세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지만 한나라당에서 젊은 대표가 선출될 경우 민주당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소장파로 분류되는 주자들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 전대 결과가 국민들에게 별 감동을 주지 못할 경우엔 거꾸로 “나이보다 노련미가 중요하다”는 쪽으로 민주당 내 분위기가 흐를 수 있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