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여동생, 태국 첫 여성총리에… 정치입문 두달 만에 ‘벼락 출세’

입력 2011-07-04 01:09

태국에서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3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잉락 친나왓(44)을 총리 후보로 내세운 제1야당 푸어타이당이 과반수 의석을 획득해 승리했다. 이로써 푸어타이당은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태국의 정정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 여성 총리 탄생=태국에서 여성이 총리가 된 건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지 79년 만에 처음이다. 잉락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여동생이다. 망명 중이지만 여전히 빈민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는 탁신의 후광으로 정계 입문 두 달 만에 총리 후보가 됐다. 따라서 ‘탁신의 꼭두각시’라는 조롱도 나오지만 본인의 지성과 미모도 인기에 한몫 했다.

태국 치앙마이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미국 켄터키주립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중친화력이 좋고 언변이 뛰어난 데다 태도가 겸손한 점 등도 강점으로 꼽힌다.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기업가 아누손 아몬찻과의 사이에 아들 1명을 두고 있다.

◇친(親) 탁신당 압승=태국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후 8시(한국시간 오후 10시) 현재 개표가 83.7% 진행된 가운데 푸어타이당이 전체 500석(선출 375석, 비례 125석)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5석을 차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아피싯 웨차치와 현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은 163석을 얻는 데 그쳤다.

푸어타이당은 과반수 의석 확보로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푸어타이당은 그러나 21석을 얻은 찻타이파타나당 등과 연립정권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잉락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 봉사할 기회를 갖게 됐다. 모든 공약을 실행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웨차치와 총리는 선거 종료 직후 패배를 공식 선언했다.

◇정정 불안 계속될 듯=앞으로 정국에서 ‘뜨거운 감자’는 탁신의 귀환이다. 탁신은 푸어타이당이 조기 총선에서 승리한 직후 “귀국하길 희망하지만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국이 안정되기 전 귀국해 불필요한 소요를 빚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푸어타이당은 탁신 등 정치범 사면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민주당은 탁신의 교도소 수감을 주장해 왔다. 따라서 탁신의 사면을 둘러싼 정정 불안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