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울린 기업-파워블로거 ‘검은 공생’…월 수천만원 수입 소문

입력 2011-07-03 21:27


공동구매 수수료 떼고 ‘홍보료’ 받으며 세금 한푼 안내

무법지대에서 펼쳐졌던 파워블로거의 공동구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탈세, 불량제품 피해, 허위·과장 광고 피해 등 오랫동안 곪았던 문제들이 한번에 터졌다. 최근 한 파워블로거가 이끈 공동구매 제품이 사용자의 건강을 해칠 만큼 심각한 하자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의 무관심과 포털 업체의 방치, 파워블로거의 무책임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를 일으킨 파워블로거 ‘베비로즈’ 현모(47·여)씨는 그의 블로그를 구독하는 네티즌만 133만여명에 이른다. 일일 방문객만 해도 적게는 4만명, 많게는 10만명이다. 현씨는 몇 년 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며 이웃 네티즌들과 신뢰관계를 쌓았고 이를 토대로 공동구매를 시작했다. 공동구매 품목은 멸치·젓갈 등 식품, 냄비·믹서기 등 주방용품은 물론 수십만원대 냉장고·냉동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씨를 비롯한 파워블로거들은 자신의 고민을 담은 이야기를 먼저 블로그에 올린 뒤 적절한 시점에 특정 제품이 고민을 해결해 준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는 모두 사전에 기획, 연출된 것이다.

현씨가 지난 5월 2일 과일세척기 ‘깨끄미’의 공동구매와 관련해 ‘부모님께 건강을 선물해보세요’라는 제목으로 쓴 글도 “아이 키우기 참 힘드시죠”라는 말로 시작해 결국 깨끄미가 사랑하는 가족들의 건강관리에 필수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식으로 소개했다. 또 일본 마이니치신문까지 인용하며 건강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당시 공동구매에 참여한 한 네티즌은 “어버이날 선물을 뭘 할까 고민했는데 현씨의 글을 보고 어머님께 깨끄미를 보내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현씨가 대당 7만원씩 총 2억1000만원의 수수료를 받으며 36만원에 판매한 깨끄미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안전성 조사 결과 국제 기준(0.1뵞 이하)을 초과한 오존이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들은 이 제품 사용으로 두통, 구토, 피부질환 등의 피해를 입었다. 네티즌들은 그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고, 5000명 이상의 피해자가 모였다. 다른 파워블로거들에게도 네티즌들의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파워블로거들은 주로 온라인 대행사나 개인 매니저를 통해 업체와 계약한다. 파워블로거 수준에 따라 게시글 건당 단가가 정해져 있다. 현씨처럼 상위권에 속하는 파워블로거는 홍보성 게시글 한 건에 10만원 이상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워블로거들이 자신의 체험 후기인양 올리는 글은 업체가 작성한 보도자료인 경우가 많다.

파워블로거가 홍보성 글을 올리면 건당 얼마씩 일종의 ‘원고료’가 통장에 입금된다. 주당 3~4건 이상 홍보글을 올린다. 여기에 공동구매 진행으로 받는 5~25%에 이르는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현씨와 같은 특급 파워블로거의 월수입은 수천만원에 이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들이 공동구매와 홍보를 통해 얻는 수입이 얼마이고, 적정한 세금을 내고 있는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탈세가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규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파워블로거는 수입을 감추기 위해 수수료나 홍보료를 현금만 요구한다”며 “업체는 세금계산서를 떼지 못하면 손해를 보는 것이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이들에게 의뢰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세청은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나 사업자 적용 방식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이들이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통신판매업자나 통신판매중개업자가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김준범 소비자정책국장은 “파워블로거는 공동구매인단을 모집하지만 결제는 해당 블로그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데다 사업자로 등록도 안돼 있는 등 법망을 다 피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파워블로거 공동구매로 피해를 입은 네티즌들이 소송을 추진하더라도 보상 받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네이버, 다음 등 파워블로거에게 장(場)을 열어주고 있는 포털 업체들은 파워블로거의 상거래로 인한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정황상 불법이 있더라도 일절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