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꽝’ 길에서 ‘꽝’… 장마철 유실지뢰 공포
입력 2011-07-03 21:54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휴전선과 가까운 경기도 북부지역에 유실 지뢰 비상이 걸렸다. 이 지역에 묻혔다가 사라진 지뢰는 1000개에 달한다. 국방부는 유실 지뢰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수거하기 위한 예산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방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지뢰는 크게 두 가지다. 6·25 전쟁 직후 국군이 묻은 지뢰와 북한에서 떠내려 오는 지뢰다. 군 당국은 지난달 28일 집중호우로 최근 북한에서 유실된 목함지뢰 세 개가 강원도 양구와 인천 강화 등에서 발견됐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김성수 한나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아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군이 경기도 내 14곳에 매설했던 지뢰 1만3864개 중 7.1%인 991개가 현재 유실된 상태다.
경기도 양주의 경우 노고산과 앵무봉 등지에 3139개의 지뢰가 매설돼 있었으나 이 중 458개(14.6%)가 빗물 등에 쓸려 내려갔다. 주거지역 김포와 평택의 산 등에 묻었던 지뢰도 사라져 주민과 등산객 등 일반인 피해가 우려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6·25 전쟁 당시 묻어놓은 지뢰까지 합하면 이 지역의 유실 지뢰 개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 비암리 주민 박모(45·여)씨는 “6·25 전쟁 때 묻어둔 지뢰가 비가 오면 떠내려 온다는 소문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면서 “여름철이 되면 무섭고 걱정돼 냇가 쪽 길로는 안 다닌다”고 말했다. 노고산 자락에 위치한 경기도 양주시 우고리 주민 김현기(70)씨도 “트랙터를 몰고 멀쩡한 길을 가다가 지뢰를 건드려 죽었다는 얘기들이 들릴 때면 오싹해진다”면서 “정부가 빨리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이 경기도 일대에 매설한 지뢰는 대부분 M14 대인지뢰다. 흔히 ‘발목지뢰’라고 불린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짙은 초록색이라 풀 속에서는 식별이 매우 어렵다.
지난해 10월 민간인 통제구역 내의 영농지인 경기도 파주시 점원리 인삼밭에서 호박을 따던 안모(58·여)씨가 이 지뢰를 밟아 왼쪽 발목이 절단되는 등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인근 부대 관계자는 “주민 안전을 위해 접근 방지용 철조망을 설치하고 경고 표지를 달았지만 비에 떠내려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달 3일 국회에서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1700여발을 제거했지만 미수거 지뢰가 3000여발 더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뢰 폭발 사고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우려 잠재지역, 가능성 거의 없는 지역으로 나눠 유실 지뢰 수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예산과 병력을 지뢰 제거 작업에 다 투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