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벌써 끝났는데… 김준규 총장 7월 4일 사퇴 발표
입력 2011-07-03 21:49
김준규 검찰총장이 4일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본회의 의결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이미 결론난 데다 청와대는 김 총장 사표 제출 여부에 개의치 않고 이달 중순쯤 새 검찰총장 후보자 발표 일정을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김 총장 사퇴 발표는 검사장 줄사표 등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정리하는 검찰의 ‘조직 추스르기’ 의미만 갖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총장은 3일 서울 서빙고동의 한 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일정 없이 하루를 보냈다. 김 총장은 지난주 세계검찰총장회의를 주재한 피로가 누적된 데다 본인 거취와 관련한 주변 의견도 충분히 들었다고 판단해 혼자 시간을 가지며 4일 발표할 검찰총장 입장문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별도 기자회견 없이 개인 입장을 담은 A4 용지를 언론에 배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지난 2일에는 대검찰청 기획관급 이상 간부들을 불러 입장발표 수위와 방식 등에 대한 의견을 기탄없이 개진토록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공식 사퇴 표명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등에 대한 간부들 생각을 들었다고 한다.
검찰은 내부적으로도 김 총장 사퇴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분위기다. 김 총장 임기가 한 달 보름여 남았으나 김 총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지 않으면 당장 그 아래 사표 쓴 여러 검사장 및 검사들 모양새가 우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총장이 지난 30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퇴진 의사를 밝힌 만큼 입장 번복도 쉽지 않다.
세계검찰총장회의 등 예정된 공식 일정 탓도 있지만 일각에선 김 총장이 사퇴 카드를 꺼내든 시기가 늦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가 중재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논의를 통해 변경되는 과정에서 김 총장이 치밀한 상황 판단력과 몸을 던지는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총장 입장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고, 국민들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온 힘을 모으는 상황에서 검찰 총수가 무조건 물러나겠다고 할 경우 ‘철없는 검찰’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고민이 남는다. 검찰 수뇌부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김 총장 사퇴를 이미 만류했고, 향후 검사 지휘 범위를 규정할 대통령령 협상을 앞둔 마당에 굳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있느냐는 사퇴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이용훈 노석조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