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정책 ‘3단계 접근법’ 변화 올까

입력 2011-07-03 21:50

웬디 셔먼 올브라이트그룹 부회장이 2일(한국시간) 국무부 정무차관에 지명되면서 미국 대북정책의 기조가 변화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셔먼 지명자는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 대북 포용 정책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1999∼2001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으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보좌하면서 올브라이트 장관의 평양방문(2000년 10월)에 수행했고 이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도 추진했던 대표적인 대북 협상파다.

따라서 그가 상원 인준 청문회를 무사히 마치고 국무부 서열 3위인 정무차관에 오를 경우, 현 국무부 내 협상파로 분류되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쌍두마차’를 이뤄 북한과의 대화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당국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법’에 일정 부분 수정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북미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3단계 접근법의 첫 단추인 남북대화 추진이 북한의 베이징 남북 비밀접촉 폭로 등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북한의 대미 유화 제스처와도 맞닿아 있다. 북한은 남한에는 날선 비난을 하면서도 미국에는 6개월 동안 장기 억류했던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목사를 석방하고, 태권도시범단을 파견하는 등 평화공세를 펼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셔먼 지명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큰 틀의 정책기조에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10년 전 클린턴 행정부 때와는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도 과거처럼 햇볕정책식 유화정책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결국 북한의 태도변화에 따라 미 정책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차례 핵실험이 있었고 UEP가 북한에 의해 공개됐으며, 천안함·연평도 등 무력도발이 있었기 때문에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 내 시각이 곱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