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승원, 최고의 사랑 통해 연기 자신감 ‘충전∼’
입력 2011-07-03 18:09
최근 종영한 MBC ‘최고의 사랑’에서 독고진은 매사에 우쭐대는 톱스타였고 안하무인 캐릭터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런 독고진에게 매료됐다. 코믹하면서도 사랑엔 순정을 바칠 줄 아는 모습이 너무도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매주 방송이 끝나면 온라인상엔 ‘독고진 어록’이 회자되고 ‘띵동’ ‘충전’ 같은 독고진의 말은 유행어가 됐다. ‘독고진 신드롬’이었다.
최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독고진을 연기한 배우 차승원(41)을 만났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최고의 사랑’은 연기하는 방식에 대해 내가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해준 작품”이라고 했다.
“드라마 시작할 때 ‘독고진 말투와 표정을 이렇게 하자’고 정한 뒤 끝까지 처음 잡은 캐릭터를 유지했어요. 1, 2회 촬영하고 나서 ‘이게 정말 모험일 수 있겠다’ 걱정했지만 다행히 잘 맞아떨어졌죠. 다음 작품도 아마 촬영 전에 캐릭터를 확실히 잡고 들어가는 식으로 연기할 것 같아요.”
‘최고의 사랑’의 최고 명장면을 뽑아달라고 하자 차승원은 방송 초기 구애정(공효진)이 생계를 위해 지방 나이트클럽 행사에 출연한 장면을 꼽았다.
“효진이가 ‘국보소녀’ 데뷔 10주년을 맞은 날에 나이트클럽 무대에 서게 되는데, 대기실에서 물 없이 김밥을 먹다 목이 메 가슴을 치는 장면이 나와요. 연예인이 굉장히 화려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애환이 있거든요. 그 장면이 많은 걸 내포하고 있는 거죠. 그런 장면들이 드라마에 무게를 잡아준 것 같아요.”
그러면서 차승원은 연기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설명했다. 그는 “대본에 적힌 감정이 도저히 이해 안 되는 작품을 만나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며 “이런 태도가 습관이 안 돼 있으면 그 다음에 좋은 작품을 만나도 나 자신을 올인하기가 힘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는 일단 대본을 굉장히 열심히 봐요. 대본을 읽으면 어떻게 캐릭터를 잡는 게 맞을지 20% 정도 알 수 있어요. 나머지 80%는 계속 채워 넣는 거예요. 저는 일단 ‘말의 맛’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촬영 전에 계속해서 이런저런 말투로 연기하면서 캐릭터를 잡아요.”
1988년 모델로 활동을 시작한 차승원은 90년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0년 재난영화 ‘리베라메’에서 방화범 역할을 맡아 주목 받기 시작한 그는 이듬해 코미디 영화 ‘신라의 달밤’을 통해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그동안 그가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를 합하면 30편이 훌쩍 넘는다. ‘최고의 사랑’은 스스로 느낀 만족도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길 때 몇 위에 랭크될 만한 작품일까. 차승원은 “드라마만 놓고 보면 (2009년 방송된) ‘시티홀’과 함께 두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고 자평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많은 작품을 한 만큼 호흡을 맞춘 동료 역시 많았다. 가장 자극이 된 배우를 묻자 2008년 개봉한 액션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함께 출연했던 한석규를 꼽았다.
“한석규 선배는 평범한 캐릭터를 평범해 보이지 않도록 연기하는 능력이 있어요. ‘연기를 정말 잘하는 분이구나’ ‘연기를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촬영하며 계속 느꼈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