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신욱신 ‘풍치’ 심장병·돌연사 부른다?

입력 2011-07-03 17:29


“치명적인 심장병과 돌연사를 피하려면 무엇보다 잇몸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

치주염이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 결과적으로 고혈압 심근경색증 협심증 등과 같은 심장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김주한 교수는 3일 “인간에게 가장 흔한 만성 염증 가운데 하나인 치주염을 일으키는 세균들이 심장혈관 내벽에 염증을 유발해 죽상동맥경화를 촉진하고 이로 인해 치명적인 심장병 발병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는 보고가 많다”고 밝혔다.

잘못된 식생활 습관과 운동부족으로만 생기는 줄 알았던 심장혈관의 죽상동맥경화와 이로 인한 고혈압 심근경색증 협심증 등의 돌연사 위험 질환들이 양치질을 소홀히 하는 등 잇몸 및 치아 관리를 제대로 못했을 때도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지난 5월 26∼27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2011 춘계 학술대회에서 고혈압과 치주질환의 관계를 규명한 연구논문들을 종합, 분석해 발표한 바 있다.

◇치주염이 어떻게 심장병을 일으키나=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이유로 속칭 ‘풍치’로 불리는 치주염은 세균 감염에 의한 염증 때문에 잇몸 인대와 치조골이 파괴돼 극심한 치통을 느끼는 병이다. 치주염을 일으키는 균들은 치아에 달라붙은 치태 균과 그 부산물들, 치은(잇몸과 치아의 경계 부위) 깊숙이 파고든 치석 속 균들이다. 이들은 독성 물질을 내뿜어 염증을 유발, 잇몸을 녹일 뿐 아니라 혈류를 따라 온몸에 퍼져 악영향을 미친다.

가장 안 좋은 곳이 심장혈관이다.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과 같이 심장혈관에도 염증을 일으켜 죽상동맥경화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실제 전 치열의 30% 이상이 두께 3㎜ 정도의 염증으로 손상된 치주염 환자들은 관상동맥의 내벽 두께가 1㎜이상 굵어져 있고, 염증 두께가 5㎜ 이상일 경우 심근경색증의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무려 3.8배나 높다는 보고가 있다.

경희대 치과병원 치주과 이동열 교수는 “초음파로 관상동맥의 두께와 치조골 소실량을 비교 관찰한 결과 치주염으로 잇몸 뼈가 많이 녹은 사람은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심장혈관 질환과 뇌졸중 발병 위험성이 각각 1.7배, 2.9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고 전했다.

◇심장병 환자가 치과 치료 시 주의할 것=따라서 치주염이 심한 사람은 심장혈관 질환이 생기지 않았는지 점검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순환기내과 전문의와 치과의사의 협진을 도모하는 것이 좋다.

두 질환을 각각 치료하는 약물이 약효를 반감시키거나 부작용을 상승시키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잇몸약이 심장혈관에, 반대로 심장약이 치주염 치료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심장혈관질환 합병 위험이 높은 치주염 환자들은 가급적 시간적 여유가 많은 오전에 치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안정적인 협심증 환자의 경우 치과 치료가 가능하지만, 협심 발작이 잦아 심장이 불안정한 상태일 경우엔 응급처치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심장 발작을 유발, 치주염 등의 치과 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 협심증 환자가 치과에 갈 때는 그동안 복용해 온 약을 반드시 지참하도록 하는 이유다. 이 교수는 “심근경색증과 뇌졸중을 경험한 심·뇌혈관 질환자는 발병 6개월 이내에는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없고, 그 이후에도 치과 치료 시 반드시 심장내과 전문의의 조언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주염 치료 후 때때로 발생하는 감염성 심내막염도 경계해야 한다. 치주염을 일으킨 균이 혈관을 타고 심장에 침투해 급성 염증을 일으켜 흉통과 함께 고열을 일으키는 경우다. 이를 막기 위해 치주염 치료 시 항생제를 투약하기도 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