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새벽 종소리, 한폭 동화로 피어나다
입력 2011-07-03 17:46
‘강아지 똥’ ‘몽실언니’의 작가 고 권정생(1937∼2007·사진) 집사의 삶을 담은 동화 ‘별이 된 동화 할아버지’(대장간)가 최근 출간됐다. 저자는 권 집사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종지기로 섬기던 경북 안동 일직교회 이창식 목사다.
이 목사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어른,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준 권 집사님과 가까이 있었을 때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며 “그분을 감히 흉내낼 수 없지만 이 땅에 행복한 나라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같기에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또 이 목사는 “권 집사님은 ‘새벽 종소리는 가난하고 소외받고 아픈 이가 듣고, 벌레와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가 듣는데 어떻게 따뜻한 손으로 칠 수 있어’라며 서리가 서걱거리는 종 줄을 맨손으로 잡고 겨울 새벽을 깨웠다”고 추억했다.
동화작가 권 집사는 가난과 질병으로 어린 시절 잊혀진 존재로 살았지만 결국 큰 나무로 자라 새들을 깃들이게 하며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존재가 됐다. 가난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객지를 떠돌며 살았던 그는 1967년 안동 일직교회 종지기가 됐다. 그는 교회 문간방에 살면서 병약한 몸으로 새벽종을 쳤고 서투르고 부끄러웠지만 주일이면 예배당에 몰려오는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었다. 그는 강아지 똥이 민들레 홀씨에 자양분이 되어준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이 세상에 쓸 데 없는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도토리처럼 작은 시골교회 문간방에서 만들어진 할아버지의 동화는 문턱을 넘어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나갔다.
그는 69년 단편동화 ‘강아지 똥’을 발표해 월간 ‘기독교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뒤에도 검소하게 생활했으며 자신이 쓴 모든 책의 인세를 어린이들에게 준다는 유언을 남겼다. 현재 그의 유산으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설립돼 남북한과 분쟁지역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별이 된 동화 할아버지’는 가난과 질병, 전쟁으로 힘들고 어려웠던 피란생활, 시골 교회의 종지기로서의 삶, 아이들의 마음에 희망을 주기 위해 시작한 이야기 등을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이 목사의 헌정동화 ‘똘이와 쌍둥이 소나무형제’도 수록됐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