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이콥스키 콩쿠르 석권한 ‘K 클래식’
입력 2011-07-03 17:37
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세계적 권위의 국제 콩쿠르를 석권했다. 지난달 30일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막을 내린 제14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박종민 서선영이 성악 남녀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해 ‘콩쿠르의 꽃’으로 불리는 피아노 부문에서 손열음 조성진이 2, 3위에 올랐다. 입상자 명단에 5명을 올린 것은 주최국이자 클래식 강국 러시아를 제친 쾌거다.
1958년 창설 이후 4년마다 열리는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클래식 올림픽’으로 불린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 부문으로 나눠 진행되며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기회가 주어지는데, 입상 그 차체가 영광이다. 1974년 정명훈이 한국계로서는 처음으로 피아노 부문 2위에 올라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일 정도로 국민적 축하를 받았다.
이번 기록은 여러 모로 의미가 깊다. 무엇보다 콩쿠르 운영 방식을 바꾸니 첫 수혜자가 한국의 음악도였다는 사실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텃세의 피해를 봤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수상 분야에서 한국인 심사위원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 대회의 공정성을 뒷받침한다. 수상자 모두 한국 국적이라는 점도 뜻 깊다. 정명훈을 비롯해 1990년 성악 부문 1위를 차지한 최현수, 1994년 바이올린 부문 2위에 오른 제니퍼 고 등은 모두 미국 국적이었다.
수상자 대부분이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국내 예술고 등에서 음악적 기초를 다진 토종 연주자라는 점도 중요하다. 어려서 외국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주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입상자 4명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출신이라는 점 역시 한국의 예술영재 교육이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수상은 K팝에 이어 한국의 클래식도 세계 무대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다름 아니다. 클래식 강국은 세계 강국이다. 앞으로 외연을 더욱 넓혀 클래식의 한류를 퍼뜨림으로써 국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함은 물론 한국의 문화 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