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게이츠의 아름다운 퇴장과 공직사회
입력 2011-07-03 17:41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명예로운 퇴진에 미국인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미 언론이 “역사상 가장 강력하면서도 인기 있는 펜타곤(국방부) 책임자였다”고 평가한 그는 미 국방장관 중에서 정권 교체 뒤에도 장관직을 유지한 첫 인물이다.
그의 공직 역정(歷程)을 보면 공무원의 자세와 임명권자의 혜안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돌아보게 한다. 게이츠는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중앙정보국(CIA) 국장, 아들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국방장관으로 발탁됐다. 전형적인 공화당 사람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게이츠를 과감하게 유임시켰다.
오바마가 게이츠 장관 퇴임식에서 행한 연설을 보면 게이츠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 “겸손한 애국자, 상식과 품위를 갖춘 가장 훌륭한 공복, 당파성보다는 국가에 대한 헌신과 시민의식을 앞세워 봉사한 사람.” 공직을 떠나면서 이보다 더 좋은 찬사를 들을 수는 없을 터이다. 오바마가 “게이츠는 2개(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하면서 미국을 위해 크게 헌신했다”고 치하하고, 미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 영예인 ‘대통령 자유메달’을 선물한 것은 극진한 예우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역대 정권 때마다 통치권자와의 친소(親疏) 관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자리를 배분했다. 혈연과 학연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 안배도 빼놓지 않았다. 자질과 능력, 청렴도와 리더십 등은 대체로 뒷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관직은 물론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막강한 자리를 이런 식으로 나눠 먹었다.
영남 정권이 들어서면 영남 인사들이, 호남 정권이 들어서면 호남 인사들이 전면 배치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조직의 장을 맡은 인사들은 정권의 의중을 헤아려 통치권자 측 사람들을 줄줄이 주요 보직에 앉혔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승자의 독식만 횡행했다. 이러니 조직의 능률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정치적 중립을 유지한 게이츠의 국가관과 능력, 이를 간파한 임명권자의 안목과 식견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