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바다가 보이는 교실 11-새벽 리코더 소리

입력 2011-07-03 17:49

정일근 (1958~ )

음악 실기 시험이라도 있는 것일까

새벽 빈 교실에서

누군가 리코더를 불고 있네

열세 살 온 영혼 리코더에 담고서

서툴게 한 음 한 음

머나먼 스와니강을 홀로 건너가고 있네

아름다워라 새벽 리코더 소리여

맑은 영혼의 향기여

나의 가르침 나의 시에도

저리 맑은 영혼 담을 수는 없을까

내 영혼은 어떤 향기를 머금고 있을까

조용 조용 발길 돌리며

착하게 뉘우치는 순결한 새벽

환하고 따뜻한 아침 오네

가슴 열어 부둥켜 안고 싶은

눈부신 아침 오네


1985년부터 88년까지 시인이 진해 남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할 당시 쓴 연작시 ‘바다가 보이는 교실’ 마지막 편. 열세 살 중학 1학년 아이가 새벽 교실에서 리코더 연습을 하고 있는 광경을 리코더 소리만큼 명징하게 그려낸다. 아이들을 지도하기 어렵다고 교사들은 한숨을 쉰다. 조금만 뭐라고 하면 우루루 폰카메라를 꺼내들고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하는 학생인권조례의 세상에 누가 학생들을 야단칠 수 있겠느냐고 걱정한다. 이런 시대일수록 시가 필요하다. 새벽 빈 교실에 나와 저 청아한 소리를 들을 줄 아는 교사. 아이들이 절로 따라주지 않겠는가.

임순만 수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