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지방] 아시아 라이징
입력 2011-07-03 17:51
15년 만에 찾은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에서 아시아의 위상이 엄청나게 변했음을 실감했다. 이곳의 차이나타운인 서머싯 스트리트에서는 과거 배춧잎이 굴러다니던 시장 뒷골목 분위기를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화려한 금룡문을 중심으로 깔끔하게 정비된 거리에 이국적이고 세련된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특히 중국의 기세가 대단했다. 중국인은 과거 시끄럽고 지저분하면서 허름한 식당이나 좁은 편의점 같은 패밀리 비즈니스에 매달리는 가난한 이민자들이라는 이미지였다. 한국 이민자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아시아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세련되고 이국적인 ‘에스닉 퀴진 레스토랑’으로 변신하고 있듯이 아시아인의 이미지도 급변하고 있다. 젓가락질을 할 줄 알고 펑수이(風水)에 따라 젠(禪) 스타일로 집을 꾸미는 것이 자랑거리가 될 정도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주문하려면 아시아계 점원 앞에 줄을 서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아시아인은 명석하고 민첩한 사람들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아시아인들이 남미나 중동,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과 구별되는 점은 자신들만의 문화와 세계관을 지녔으면서도 개방적이고 부드러운 태도로 주류 사회와 성공적으로 융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캐나다 정부의 통계를 보면 지난 10년간 이곳으로 귀화한 사람들 중 대만 출신이 30.37%, 홍콩 23.98%, 중국 본토 2.74%로 이민자 10명 중 6명이 중국계다. 일본(12.50%), 싱가포르(12.02%)까지 합치면 아시아계가 무려 80%를 넘는다. 이들은 세탁소 이발소 과일가게에 머무르지 않고 무역 금융 컨설팅과 대학 행정부 정치계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보수당이 2009년 한국인 1.5세인 연아 마틴 김을 연방 상원의원으로 임명한 것도 급증하는 아시아계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7살에 캐나다로 이민한 그녀는 서부 캐나다 최초의 한인교회인 벤쿠버한인연합교회의 주일학교 교사 출신이다.
미국에서도 아시아인의 위상은 크게 높아져 있었다. 아시아인을 영어에 서투른 검은 머리 사람으로만 묘사했던 할리우드가 이제는 아시아의 문화를 참신한 소재로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아예 아시아 배우와 아시아 감독을 동원해 아시아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있다.
거꾸로 생각하면 서구 사회의 문화적 개방성과 흡수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오타와=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