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후 어깨·손목·엉덩이·발목 통증… ‘충돌증후군’ 아닌가 한번 의심해 보세요

입력 2011-07-03 17:36


“기말시험 기간에 연필도 못 잡을 정도로 오른쪽 손목이 시큰거려 동네 정형외과엘 다녀왔습니다. 계속 아프면 정밀검사 후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걱정됩니다.”

“얼마 전 요가를 시작하고부터 사타구니 부근에 통증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무리한 요가 때문에 근육이 놀라서 그런가싶어 무심코 넘겼지만 날이 갈수록 통증이 심해져 힘듭니다.”

척골충돌증후군과 고관절충돌증후군 진단을 받은 17세 고등학생과 46세 직장인의 하소연이다. 척골이란 팔뚝을 구성하는 두 개의 뼈대 중 손목을 통해 손과 이어지는 뼈를, 고관절은 다리와 허리를 잇는 엉덩이관절을 가리킨다.

충돌증후군이란 운동 시 관절 부위 뼈와 인대가 서로 부딪치고 끼여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를 말한다. 일상생활 및 각종 운동 시 사용빈도가 높은 어깨와 손목, 발목, 엉덩이 관절 부위에 많이 발생한다. 특히 어깨와 발목 관절 부위에 잦다. 어깨충돌증후군은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야구선수의 90%가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 연세사랑병원 성창훈 원장은 “야구를 즐기는 사람 외에 외상을 입었거나 나이 들어 근력이 약해진 사람, 또는 팔을 어깨 높이 이상 들어 올리는 작업을 반복하는 근로자에게도 흔히 나타난다”고 말했다.

40∼50대 연령층이 이 병에 걸릴 경우 노화에 의한 석회화 현상으로 어깨 관절이 굳는 오십견과 혼동하기 쉬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팔을 올리거나 등 뒤로 돌릴 때 어깨 관절에서 소리가 나고, 뒷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 통증이 느껴지며, 낮보다는 밤에 통증이 심해진다면 어깨관절의 퇴행성 변화에 의한 오십견보다는 스포츠손상에 의한 어깨충돌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성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운동 후 통증이 생겼을 때 ‘오랜만에 운동해서 그렇다’고 치부하거나 오히려 운동량을 늘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어깨충돌증후군을 더욱 악화시켜 어깨 힘줄이 찢어지는 회전근개 파열을 자초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축구나 농구처럼 발목에 힘이 많이 가는 스포츠를 즐길 때는 ‘발목 염좌’를 조심해야 한다. 발목 염좌는 늘어난 인대가 쉽게 회복되지 않아 습관성 염좌로 이어지기 쉽고, 이로 인해 발목충돌증후군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건국대병원 족부관절클리닉 정홍근 교수는 “발목을 삐게 되면 발목관절을 싸고 있는 관절막이 찢어져 뼈 사이로 끼어들거나 삼각골이라는 뼈가 관절마디에 끼여 움직일 때마다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목충돌증후군은 1차 부상 후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단 발목을 한번 삐끗 접질린 다음 6주 이상 통증이 지속될 때는 정형외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함께 적절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

반면 척골충돌증후군은 낙상 시 손을 잘못 짚어 손목이 꺾이거나 손빨래를 자주 할 때, 고관절충돌증후군은 노화에 의한 관절의 퇴행성 변화로 발생한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형외과 서동훈 교수는 “양반다리로 앉기, 요가 운동, 과도한 스트레칭, 자전거를 타고 내릴 때 등과 같은 자세에서 사타구니 부분이 뜨끔거리거나 앉았다 일어설 때 다리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든다면 고관절충돌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척골충돌증후군은 빨래를 쥐어짜는 등 손목을 비틀 때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충돌증후군은 어느 부위 관절이든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물리치료와 주사요법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뼈 사이에 조직이나 다른 뼈가 끼여 문제가 생겼을 때는 물리치료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이 때는 관절경을 이용해 관절에 끼인 이물질을 제거하고 손상된 인대를 수리 및 재건해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정비오 교수는 “충돌증후군을 방지하려면 운동 전 충분한 스트레칭을 통해 어깨와 발목, 손목, 엉덩이 등 관절 부위 긴장을 풀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