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데코 전문가 함혜련 주님의교회 집사

입력 2011-07-03 20:13


“집사님, 이번 주일 예배까지 강단 위에 실물 크기의 탱크를 만들어 주세요.”

서울 잠실동 주님의교회 박원호 목사는 지난달 16일 6·25 관련 설교를 준비하면서 이 교회 함혜련(43) 집사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사흘 후 강단 위에는 정말 탱크가 설치됐다. 그뿐이 아니다. 부활절에는 돌문이 옆으로 열리는 돌무덤이, 종교개혁주일에는 루터의 반박문이 붙은 비텐베르크 교회 성문이 강단 위에 등장했다.

함 집사를 지칭할 말을 굳이 찾자면 ‘교회 데코 전문가’다. 크리스마스 성극, 어린이 주일, 여름 성경학교 등 모든 대소사마다 교회는 함 집사를 간절히 필요로 한다. 기둥, 성벽 등 무대 장치부터 소품, 의상, 포스터까지 그의 손길이 지나가면 멋지고 생생해지기 때문이다.

교회에서만이 아니다. 본격적인 여름 성경학교 시즌을 앞둔 지금 함 집사는 한창 바쁘다. 얼마 전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교육자원부의 요청으로 영아부부터 청소년부까지 성경학교 교재 작업에 참여했다. 교단 경계도 없다. 지난 28일에는 성결교단 교사 80여명의 요청으로 강습회를 가졌다.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은 메일로 “삭개오와 나무를 어떻게 만들죠” 식으로 질문을 해 오고 함 집사는 꼼꼼하게 답을 해 준다. 2007년 펴낸 책 ‘1만원으로 끝내는 교회 데코’(두란노)는 꾸준한 인기로 곧 4쇄를 찍는다.

“미술 또는 디자인을 전공했나” “관련 업종에 종사했나” “전문 과정을 배운 적 있나” 등 질문을 던졌다. 답은 모두 “아니요”였다. 전공은 영문학이었고 외국계 회사 근무 경력만 있다. 남편의 일 때문에 일본에서 5년간 살다온 후로는 전업주부라는 것이다. 1993년부터 교회 유아부 교사로 8년간 일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 둘 만들다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저에게 특별한 달란트가 있더라고요. 쉽게, 돈 안 들이고, 금방 뭔가 만들어내는 재주요.” 그 재주는 교회의 상황에 딱 들어맞았다. 절기마다 행사마다 순발력 있게 공간을 꾸미되 비용을 최대한 아껴야 하는 상황 말이다. 교회 비품을 활용하거나 조금씩 바꿔가며 재활용하는데도 재능이 있었다.

“빠듯한 예산과 일정으로 요청해 올 때는 부담스럽지 않나” “살림에 고3·중1 자녀까지 돌보면서 일하기 힘들지 않나” “건강에 무리가 온 적 없나” 등 질문도 해 봤지만 모두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제가 다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하나님이 지혜를 주시고, 흥이 나게 해 주세요.”

결혼 후 교회에 다녔지만 신앙이 깊지 않았던 그는 이 일을 하면서 하나님을 체험한 일이 많다고. “다음날까지 만들 것은 많은데 꼭 필요한 색지가 A4용지보다 작은 것뿐이어서 포기할까 하다가 무작정 자르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잘라도 계속 종이가 남는 거예요. 오병이어의 기적이 지금도 일어나더라고요.”

함 집사는 적은 예산으로 여름성경학교 준비를 고민할 전국 교회학교 교사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전했다. “소품 하나에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공간 전체의 색감과 분위기를 바꿔 보세요.” 특히 천장을 잘 꾸미면 분위기가 크게 바뀐다면서 여름 분위기를 내려면 스테이플러를 이용해 푸른 천을 천장에 붙여 보라고 권했다.

또 “내가 잘못해서 교회의 중요한 일을 망치면 어쩌나” 하는 부담은 갖지 말라고 당부했다. “주님의 사람은 기쁘게 살아야 하잖아요. 협력해서 선을 이루는 모습이 더 은혜가 되는 거고요. 동료가 실수해도 서로 괜찮다고 해 주면서 은혜롭게 주의 일을 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