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퇴진 굳어지고 ‘대통령령’ 협상팀도 못꾸리고… 힘빠진 檢
입력 2011-07-01 21:18
김준규 검찰총장은 1일 세계검찰총장회의 폐막식을 끝으로 검찰 수장으로서 대외 활동을 사실상 마쳤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 총장의 사의 표명을 반려했다고 하지만 김 총장은 물러날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도 김 총장이 ‘4일 입장 표명’을 예고한 순간 퇴진은 기정사실화됐다는 분위기다.
김 총장은 세계검찰총장회의 주최자로서 예정된 회의 일정을 담담히 소화했다. 그는 오전 중동·아시아 지역 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터키, 인도네시아 검찰총장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김 총장은 오후 4시30분부터 열린 폐막식에서 대회 의장 자격으로 ‘서울선언문 2011’과 폐회사도 직접 낭독했다. 김 총장은 “이번 대회에서 논의한 ‘검찰의 새로운 역할과 시도’를 각국 검찰이 적극 실행에 옮기고 이를 위해 각국 검찰총장들 간에 형성된 네트워크를 기초로 상호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세계검찰총장회의는 김 총장이 유치부터 준비 과정까지 심혈을 기울인 행사지만 역설적이게도 김 총장의 발목을 잡는 역할도 했다. 일부 검사 사이에서는 김 총장이 대회 준비에 몰입하다 보니 정작 당면과제였던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 사표가 반려된다 해도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난 상태에서 집무실에 계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온 종일 침묵했다. 회의를 거듭하며 긴박하게 돌아가던 대검찰청도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급속히 가라앉았다. 대검 간부들은 애써 비통함과 허탈함을 숨기고 일상 업무를 수행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세게 한 대 맞고 멍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은 전날 “향후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당초의 합의 정신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준비 작업은 시작을 못 하고 있다. 기존 협상팀 간부 대부분이 사의를 표명한 데다 총수의 거취 자체가 불투명해 새로운 협상팀을 꾸릴 여건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안구 안쪽 혈관이 터지고, 안면마비 증세까지 나타나 이날 서울 모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사표가 반려된다 해도 당분간 업무 복귀가 힘든 상황이다. 경찰이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대 검찰 교섭 창구를 맡을 수사구조개혁전략기획단을 출범시키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과 대비된다. 대검 관계자는 “김 총장이 4일 입장을 표명한 이후에야 구체적 방향이 잡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이용상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