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겸손과 품위 갖춘 애국자”…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 퇴임식서 오바마 ‘자유의 메달’ 수여
입력 2011-07-01 18:25
“내 생애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로버트 게이츠(67) 미국 국방장관은 30일(현지시간) 펜타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지난 4년7개월을 짧게 회고했다.
그는 또 퇴임식에 함께한 부인을 바라보며 “베키(부인의 애칭), 이번에는 정말 집에 돌아가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퇴임식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부통령,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육·해·공군 및 해병 등 4군 의장대가 열병식을 가졌고 4대의 포에서 19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게이츠 장관에게 “겸손한 애국자이며 상식과 품위를 갖춘, 가장 훌륭한 공복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고 미 CNN방송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몰래 준비해 수여하는 등 게이츠의 퇴임을 축하했다.
게이츠 장관은 “대통령께서 이런 비밀 작전에 능하다는 걸 두 달 전에 알았어야 했다”면서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에 빗대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게이츠 장관은 전날 미군 병사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지난 4년반 동안 여러분을 험지(險地)에 파병하는 명령에 사인했다”면서 “이것이 나를 매일 짓눌렀다”고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었다. 그는 “날마다 여러분과 가족을 생각하며 기도하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방장관에 임명돼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계속 직책을 수행했다. 그는 최근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리비아 군사작전을 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견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는 “2년 만에 한 번 이견이 있는 건 나쁜 게 아니지 않나”라며 “집단적 생각보다 더 낫게 대통령이 일할 순 없다”고 하기도 했다.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 이후 파키스탄과의 관계가 악화됐을 때 의회에서 “대부분 정부는 서로 거짓말을 한다. 동맹에 스파이를 보내는 게 현실 세계다”며 파키스탄과 전략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취임 이후 이라크를 13회, 아프가니스탄을 12회 방문하는 등 그는 지구 26바퀴에 해당하는 104만㎞를 돌아다녔다.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 나라에서 3박4일을 머문 것은 처음”이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게이츠 장관은 퇴임식을 마치고 워싱턴주 시애틀 북부 호수가 보이는 자신의 집으로 떠났다. 그는 2권의 책을 집필할 예정이다. 한 권은 국방장관 시절과 관련한 자서전이고, 다른 한 권은 조직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리더십 관련 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