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한류’ 차이콥스키 콩쿠르 휩쓸다

입력 2011-07-01 18:21

한국 음악가 5명이 지난 30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4회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휩쓸었다.

한국은 남녀 성악 부문에서 베이스 박종민(24)과 소프라노 서선영(27)이 각각 1위, 피아노 부문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25)·조성진(17)이 2·3위, 바이올린 부문에서 이지혜(25)가 3위를 차지해 5명의 입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손열음은 ‘실내악 협주곡 최고연주상(Best Chamber Concerto Performance)’과 ‘콩쿠르 위촉작품 최고연주상(Best Performance of the work written specially for the competition)’을 함께 받았다. 이지혜 역시 실내악 협주곡 최고연주상을 수상했다.

입상자 5명은 한국에서 음악교육을 받은 ‘국내파’들이라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선영 손열음 이지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박종민은 서울대 음대 출신이다. 이후 해외로 나간 음악가도 있지만 이들의 실력은 대개 국내에서 다져졌다. 10대 피아니스트로 3위에 입상한 조성진은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고 재학 중이다. 이지혜는 대회 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자기가 공부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면 어디서 공부하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최국을 제외한 한 국가에서 5명의 콩쿠르 입상자를 배출한 것은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홈 어드밴티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지혜는 “한국 음악가들은 특히 경쟁에 강한 것 같다”며 “콩쿠르에 출전할 때마다 한국이 클래식 강국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심을 모았던 피아노 부문 1위는 러시아인 피아니스트 다니일 트리포노프가 차지했다. 손열음은 “우승을 못해 아쉽긴 하지만 러시아에서 이보다 더 잘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벨기에의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폴란드의 쇼팽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다. 1958년 창설돼 4년에 한 번씩 개최된다. 피아노·바이올린·첼로·성악 부문의 입상자를 가리며, 피아노 부문에서 특히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은 74년 피아노 부문 정명훈(2위), 90년 성악 부문 최현수(1위), 94년 바이올린 부문 제니퍼 고(2위) 등의 입상자를 배출한 적이 있으나 이들은 모두 미국 국적으로 수상했다. 이밖에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94년 대회에서 3위, 임동민·동혁 형제가 2002년과 2007년 대회에서 각각 5위와 4위, 2007년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신현수가 4·5위를 차지한 바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