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사상 최대 분기 배당… 론스타 5000억 ‘꿀꺽’

입력 2011-07-01 21:24


외환은행이 금융당국의 고액 배당 자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배당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는 약 5000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게 됐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매각계약을 맺은 뒤 1분기 배당을 포기했던 론스타가 계약 연장 협상을 하는 와중에 전격적으로 2분기 배당을 받으면서 하나금융과의 계약 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환은행은 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주당 1510원(시가 배당률 15.5%)의 분기 배당을 의결했다. 외환은행 지분 51.02%를 가진 론스타는 4968억5443만원의 기록적인 배당금을 받게 됐다.

이는 지난해 배당금 전부를 합친 3570억1130만원보다 39%나 많은 금액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에서 챙긴 배당금만 1조7099억원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2분기에 9000억여원의 현대건설 매각 차익이 들어온 걸 감안하더라도 론스타의 고액 ‘먹튀’ 행보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관계자는 “최대 규모의 배당이긴 하지만 지난해 배당 가능 이익이 3조원을 넘기 때문에 자본적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금융감독원은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을 불러 과도한 배당은 은행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며 고액 배당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헛수고에 그쳤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변양호 신드롬’(논란이 이는 사안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현상)에 갇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미루다 고액을 날려버린 셈이 됐다.

외환은행이 전격적으로 분기 배당을 실시하면서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 외환은행 매매계약 연장 협상에 이상기류가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외환은행은 론스타가 하나금융과 계약을 맺은 직후인 지난 1분기에는 분기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하나금융과의 매매계약 시효가 지난 5월 끝난 상태이긴 하지만 현재 연장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배당은 이례적이다.

하나금융도 외환은행의 배당을 막을 권한이 없는 만큼 내부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나금융은 매각대금 산정 시 배당과 같은 불확실한 요인이 제거된 만큼 향후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보유 중인 외환은행 지분 51.02% 등을 담보로 론스타에 1조5000억원을 대출키로 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금리는 6.7%이며 일반대출이 1조2000억원, 한도대출이 3000억원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대출은 론스타와 진행 중인 외환은행 인수 계약 연장 협상과 무관하다”면서 “론스타가 은행 측에 요청해와 심사를 거쳐 승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는 이 돈을 외환은행 인수 당시 투자받았던 자금의 상환용도로 쓸 것으로 알려졌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