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북 원칙있는 포용정책”-정동영 “햇볕정책은 원칙 없나”

입력 2011-07-01 18:14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인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대북정책 기조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정 최고위원이 손 대표의 지난 28일 발언을 문제 삼은 게 발단이 됐다. 일본을 방문 중이었던 손 대표는 당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만나 “북한의 인권, 핵, 미사일 개발 문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원칙 있는 포용정책’이란 표현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워딩(말)과 같다”며 “햇볕정책이 원칙 없는 포용이라는 말처럼 들린다”고 공격했다.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던 손 대표도 “한마디 해야겠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북의 세습이나 핵 개발을 찬성하거나 지지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분명히 다르다”며 “원칙 없는 포용정책은 종북(從北)진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반격했다.

그러자 정 최고위원이 “포용정책은 세습체제를 찬성·찬양하는 정책이 아니다. 종북진보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표현이다. 취소하라”고 받아쳐 회의장에는 일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는 “햇볕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는 손 대표의 지난해 말 발언까지 들춰내며 “그때는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외국정상과 얘기한 부분이라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당의 지속적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한 뒤 정 최고위원이 “어떻게 제 설명이 종북진보란 말이냐. 해명하라”고 거듭 압박하자, “다음에 하시죠”라고 상황을 정리했다.

정 최고위원의 이날 공격은 손 대표의 대표적 아킬레스건인 ‘정체성’ 부분을 건드려 자신의 선명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