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공직사회 납작 엎드렸다… 감사원, 140여명 동원 4일부터 특별감찰
입력 2011-07-01 20:41
“걸리면 죽는다. 몸조심하자.”
경제부처가 몰려 있는 정부과천청사 등 공직사회가 바짝 얼어붙었다. 위기감마저 감돈다. 유례없는 사정(司正)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 약속이나 저녁 약속 취소는 물론 동창회 등 사적 모임도 기피하고 있다. 또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부인과 점심을 먹지 않고 동료들끼리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이미 각 부처에서는 자체적으로 내부 감찰에 들어간 상태에서 감사원의 특별감찰마저 예고되자 공무원 사회는 초긴장 상태다. 지난 17일 이 대통령이 민생점검 및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해 분노 서린 질책을 한 후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경제부처 국장급 간부 A씨는 1일 “공식적인 행사 외에는 외부 접촉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국장 역시 “괜히 구설에 오를 필요가 없지 않느냐. 이런저런 개인 약속까지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부처 차관급 고위 관료는 “골프를 안 친 지는 꽤 오래됐다. 이제는 동창회 등 개인 약속도 괜히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금품수수와 골프 향응 등 비위에 연루된 서울지방고용청 간부 2명을 직위해제했다. 앞으로는 비위 행위가 적발되면 징계는 물론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며 고삐를 죄었다.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근무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행사는 자제하라는 지시를 직원들에게 내려 보냈다.
저축은행 비리 사태로 간부가 구속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는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간부들은 낮술은 물론이고 저녁 술자리마저 피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공식적인 자리 외에는 금융시장 방문조차 자제하는 상황이다. 지난 30일 금감원 간부 출신의 모 금융사 상임감사 모친상을 찾은 금감원 직원들도 조문만 하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정 피로감과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 B국장은 “금융위의 경우 금융시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선 금융회사 사람들을 대면하는 것이 기본인데 저축은행 사태에 사정 바람까지 불다 보니 시장과의 소통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하는 지침을 보냈다. 지자체 간부 C씨는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던 골프채도 집에 보관하는 등 극도로 몸조심하고 있다”고 전했고, 또 다른 지자체 간부는 “가족과 여름휴가를 해외로 가기로 했다가 취소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공기업들도 직원에게 “언행과 처신에 특별히 조심하라”는 내용의 특별지시를 내렸다.
감사원은 이날 “최근 정부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공직비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데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공직기강 해이 현상마저 나타나 4일부터 특별감찰에 나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저축은행 사태로 드러난 공무원들의 비리행위로 민심이반이 심각하고, 이를 방치할 경우 조기 레임덕 현상과 함께 정권 차원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직 특별감찰에는 공직감찰본부와 자치행정감사국의 감사 인력 140여명이 투입된다. 100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번 특별 공직감찰은 구조적 비리, 고위직 비리, 지역토착 비리, 기강문란 행위 등 4개 분야에 대해 이뤄지며 특히 인허가 비위, 전관예우 특혜, 연찬회 형태의 향응 및 접대, 이권 개입, 채용 및 승진 비리, 부동산 투기, 재산 은닉, 법인카드 무단 사용 등이 집중감찰 대상이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정부 정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서는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이 필요하다”면서 “이번에 비위 사실이 드러난 공무원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엄격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이동훈 임성수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