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변 영업허가 PC방 ‘깐깐’- 유흥업소 ‘느슨’… ‘이상한 심의’
입력 2011-07-01 19:09
지난 30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의 H초등학교. 학교 정문에서 불과 80m쯤 떨어진 긴 골목길에 낯 뜨거운 간판을 내건 유흥주점 10여곳이 줄지어 서 있었다. 여관과 모텔 8곳도 성업 중이었다. 후문에서 70m쯤 떨어진 골목길에도 단란·유흥주점과 노래방 당구장으로 가득했다. 초등학생들은 유흥가 골목을 지나야만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서울 강남의 S초교 부근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학교 정문은 주택가를 향하고 있지만 후문은 유흥가로 연결돼 있다. 후문 인근 4블록(100m 이내)에만 유흥주점, 노래방, 술집 70여곳이 영업하고 있었다.
학교보건법은 학교 담장에서 200m 지역 내에 학생들의 학업이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술집 등 유해업소의 영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특히 학교 주변 50m는 절대 정화구역에 해당돼 유해업소는 발을 붙일 수 없다. 그러나 50∼200m 구역은 각 교육지원청의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본보가 1일 서울의 11개 교육지원청 유해업소 심의결정서를 분석한 결과 정화위원회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학교 근처에서 영업 허용을 요구한 1276개 업소 중 835곳(65.4%)의 영업을 허용했다.
특히 성인을 상대로 하는 술집이나 여관 등의 심의 통과율이 높았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유흥주점 81곳, 단란주점 79곳이 학교 근처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요청하자 정화위원회는 유흥업소 73곳(승인율 90.1%), 단란주점 64곳(81.0%)의 영업을 허용했다. 여관(10곳)과 만화방(4곳)은 심의 통과율은 100%에 달했다. 관광호텔과 비디오방의 허가율은 각각 77.7%에 달했고 노래방 74.1%, 무도장 71%도 심의를 무사히 통과했다. 게임장(40.7%) PC방(45.0%), 멀티방(50.0%), 오락실(53.3%)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50%대의 심의 통과율을 보였다.
동작교육지원청은 서울 신림동 S유치원 인근에 영업허가를 요구한 유흥주점 15곳, 단란주점 5곳을 모두 승인했다. 이 중 유흥주점 2곳과 단란주점 1곳은 유치원 담장에서 불과 21∼22m 떨어져 있었다.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PC방 등은 학생들이 출입하지만 유흥주점은 밤에만 영업하는 곳이 많고 학생 출입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다른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상업지역에 학교가 들어설 경우 기존 업소를 폐쇄하기 어렵다”며 “해당 지역에 새로운 업소의 영업을 막으면 주변 업소와 형평성 문제가 있어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