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경찰 제복 벗고 “참 평안 전하러 갑니다”… 목회의 길 택한 표순열 강도사
입력 2011-07-01 17:41
32년 경찰생활을 접고 목회자의 길을 택했다. 지난 30일까지만 해도 서울경찰청 정보국 소속 정보관(경위)이었다. 경기도 안산 와동 의광교회 표순열(56) 강도사의 이야기다.
표 강도사는 복음을 접하기 전 삶을 ‘욕심과 미움’이라고 정의했다. “진급이 인생 최고의 목표였습니다. 항상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했죠. 그러니 강박관념이 심했고 늘 불안했습니다. 승진시험에서 떨어지면 가족과 동료에게 화를 내곤 했어요. 심지어 경찰서에 연행된 이들을 보면 ‘사라져야 할 존재들’이라고 경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랬던 그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20여년 전 주일학교에 간 딸을 데리러 갔다가 우연히 예배 장면을 목격했다. “당시 설교나 찬송은 기억 안 나지만 아직도 또렷한 건 성도들의 표정입니다. 저랑 달리 무척 평안했어요.”
그는 그들의 평안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궁금해져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평안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예배와 새벽기도회 자리로 이끌었고, 마침내 복음의 기쁨을 알게 됐다. 삶 또한 180도 변했다. 동료를 시기하던 야심가가 아닌 중보기도의 사람이 됐다. 범법자들에겐 틈만 나면 복음을 전했다. 그는 하나님을 제대로 알고 싶어 2000년 계약신학대학원대학교에 입학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서울경찰청은 그를 기독교 담당 정보관으로 임명했다. 기독 단체의 집회나 시위를 파악해 요구사항의 핵심이 무엇인지 보고하면서 정부와 기독교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이다.
“정보관 일을 하며 훌륭한 기독교인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왜 한국교회가 욕을 먹는지도 깨닫게 됐어요. 아집과 욕심으로 자기 이익만을 챙기려는 모습 때문이죠.”
그는 지난해 말 한국교회 회복을 위해 앞장서야겠다고 결심했다. 출석하던 서울 창광교회 이병규 목사의 권유로 지난 1월부터 경찰 계급장을 달고 의광교회 강도사 사역을 시작했다. 정년퇴직을 4년6개월 앞두고 지난달 명예퇴직을 결정했다. 가족과 동료들이 완강하게 말렸지만 그는 단호했다. “지금 주변에는 예전의 저처럼 욕심과 미움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많아요. 하루빨리 그들에게 하나님이 주신 참 평안을 전하고 싶습니다.”
글·사진=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