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모자 가정 “한국교회가 친정엄마를 선물했어요”
입력 2011-07-01 17:20
“사랑하는 딸아, 힘들고 괴로울 때 네 곁에 있어줄게. 너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야.”
“엄마를 만나 행복해요. 이젠 내 옆에 있어주세요. 엄마, 사랑해요.”
북한을 탈출한 딸이 한국에서 친정엄마를 만났다. 북쪽에 두고 온 친정엄마가 아닌 하나님이 보내주신 남쪽의 친정엄마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한교봉)과 한국기독교탈북민정착지원협의회는 30일 서울 도렴동 종교교회(최이우 목사)에서 ‘탈북 모자가정 사례 발표 및 친정엄마 결연’ 행사를 갖고 국내 거주 탈북 모자(母子)가정에 후원물품을 전달했다.
이날 친정엄마 결연식에 참석한 박홍자 세계기독교여성지도자선교회 회장은 자신의 딸이 된 탈북민 이모씨를 안은 채 한동안 말없이 흐느끼기만 했다. 박 회장은 딸이 흘리는 눈물을 닦아줬고 감격에 겨워 떨고 있는 딸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결연을 맺은 ‘모녀’는 박 회장과 이씨 외에도 서정숙(세계기독교여성지도자선교회 사무총장) 목사와 윤모씨, 한경희(세계기독교여성지도자선교회 부회장) 권사와 김모씨였다. 세 모녀는 모두 울었고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탈북민 윤성은(가명)씨는 “새롭게 만난 친정엄마를 보며 북한에 두고 온 친정엄마가 생각났다”며 “북한 탈출 이후 결혼을 했지만 한번도 친정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며 지냈다”고 울먹였다. 윤씨는 그간 서러웠던 한국 생활을 간간이 언급하며 “친정엄마를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고백했다.
한교봉은 국내에서 아버지 없이 살고 있는 탈북 모자가정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후원과 결연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한교봉은 이날 1∼3세 자녀를 둔 수도권 거주 탈북 모자 40가정에 각 30만원 상당의 분유와 기저귀 등 어린이용품을 전달했다.
올 가을에는 두란노어머니학교운동본부와 협력, 탈북 모자가정을 위한 ‘러브 터치’ 행사도 마련한다. 7세 이상 자녀를 둔 가정을 위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으로 건강한 가족의 정체성, 자녀양육 방법 등도 배우게 된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161명의 탈북 모자가정의 자녀에 대한 실태도 발표됐다. 조사에 따르면 35%가 3세 이하이며 63%가 국내 정착 기간 3년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도 조사 자녀의 58%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김종생 한교봉 사무총장은 “매달 국내에 유입되는 탈북민 80%가 여성이며 이 중 아버지가 없는 모자가정이 70%에 달한다”며 “그리스도인들은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야 하며 단순한 물품 지원이나 동정을 넘어 마음으로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