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 지성’ 댈러스 윌라드 교수 “어떻게 제자가 되지 않고서 크리스천이라 말할 수 있나”
입력 2011-07-01 17:48
이 시대의 복음주의 지성 댈러스 윌라드(76) 박사가 30일 저녁 한국을 찾았다. 2007년 이후 두 번째 방한. 1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잊혀진 제자도를 회복하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인도하는 것을 시작으로 14일까지 머물며 강의와 설교를 한다.
미국 남가주대(USC) 철학과 교수이자 남침례교단에서 안수 받은 목회자인 윌라드 박사는 ‘하나님의 모략’ ‘잊혀진 제자도’ ‘마음의 혁신’ ‘하나님의 음성’ 등의 저서를 통해 국내 크리스천들에게도 낯익은 인물이다. 값싼 은혜, 공허한 성공을 추구하는 이 땅에서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의 삶이 얼마나 혁명적이며 짜릿한지를, 우리는 얼마나 그 본질과 떨어져 있는지를 알려 주는 영적 스승이다.
인천공항에서 곧장 강남의 한 호텔로 들어온 그를 만나 100분 동안 인터뷰했다. 윌라드 박사는 밤늦은 인터뷰에 진지하게 임했다. 깊은 배려, 속 깊은 사랑은 그의 예리한 말보다 더 울림이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하나님이 선하시다는 기본 인식 속에서 어떻게 해야 행복한지를 아는 것”이라는 답이 왔다. 모두가 행복을 원하지만 선함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선한 것, 좋은 것을 원하면서도 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모든 어려움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크리스천과 제자를 구분한다. 크리스천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고백한다고 해서 꼭 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제자란 상대와 같은 존재가 되고, 상대가 하는 일을 할 수 있기 위해 적절한 조건 아래서 그 사람과 함께 있기로 작정한 자”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누군가의 제자가 된다는 것에는 절대적인 전제조건이 있다. 그 사람을 따라야 한다. 같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람처럼 되는 법을 배우고 그대로 실행해야 한다.
“오늘날 크리스천 사이에는 그릇된 신화가 있습니다. 제자가 되지 않고서도 ‘크리스천’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찢어짐과 비움, 돌이킴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 없이도 크리스천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비극입니다.”
그는 이를 지상명령(Great Commission)의 중대한 누락(Great Omission)이라고 표현한다. 이 누락 때문에 그리스도인의 현실적 삶과 실제 제자의 삶과는 거대한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윌라드 박사는 이 같은 누락과 괴리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예수의 도’를 날마다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훈련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크리스천들은 흔히 ‘오직 은혜’라면서 노력의 중요성을 간과합니다. 마치 노력이 은혜의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은혜의 반대는 공로이며 날마다 새로워지려는 영적 노력은 제자의 삶에서 절실한 가치입니다. 제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예수의 도를 배우고 지키는 자입니다. ‘예수 학교’는 지금도 수업 중입니다.”
그는 미국의 교회에는 제자가 아닌 크리스천들이 넘쳐 있다면서 지도자들이 먼저 참된 제자가 되어 회중들을 제자로 살도록 인도하지 않는 한 개인은 물론 교회나 사회를 새롭게 할 어떤 영적 파워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잊혀진 제자도’에 나오는 말을 했다. “아니, 제자도가 없는 신자들에게 어떻게 그들과 하나님이 화목한 사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그런 메시지의 정당성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미국 교회에서 참된 제자도를 실천하는 목회자가 누구인지 물어 보았다. 릭 워런이나 빌 하이벨스, 조엘 오스틴의 이름 대신 뉴욕 리디머교회를 담임하는 티머시 켈러 목사가 거명됐다. 성도들을 제자로 삼아 그들로 하여금 뉴욕 거리로 들어가 주님의 선하심을 표현하게 하는 켈러 목사의 사역에서 소망을 발견한다고 했다.
윌라드 박사는 목사는 자신이 속한 도시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그 행복의 이유를 말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공을 어떻게 풀이할까.
“크리스천들에게 성공은 거룩함에 이르는 것입니다. 말과 행동에서 성령의 열매가 나타나는 것이 바로 성공입니다. 거룩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마음의 혁신을 이뤄야 합니다. 그 혁신은 제자가 되지 않고서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돌아서야 합니다. 자기를 찢어야 합니다. 목회자의 성공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나 거룩함에 이르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자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는 교회는 제자들이 모인 거룩한 공동체라면서 이 땅의 교회가 숫자적인, 외형적인 크기를 추구하는 것보다는 개개인들을 주님 안에서 ‘더 큰 그리스도인(The bigger Christian)’으로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바로 승리의 길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크리스천들에게 당부했다. “여러분은 참으로 독특한 크리스천들입니다. 세계의 영적 변혁을 위한 최전선에 서실 분들입니다. 그 사명을 감당하는 유일한 길은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태형 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