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서 목회자 길 택한 표순열 강도사

입력 2011-07-01 16:08


[미션라이프] 32년 경찰생활을 접고 목회자의 길을 택했다. 지난 30일까지만 해도 서울경찰청 정보국 소속 정보관(경위)였다. 경기도 안산 와동 의광교회 표순열(56) 강도사의 이야기다.

표 강도사는 복음을 접하기 전 삶을 ‘욕심과 미움’이라고 정의했다. “진급이 인생 최고의 목표였습니다. 항상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했죠. 그러니 강박관념이 심했고 늘 불안했습니다. 승진시험에서 떨어지면 가족과 동료에게 화를 내곤 했어요. 심지어 경찰서에 연행된 이들을 보면 ‘사라져야할 존재들’이라고 경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랬던 그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20여년 전 주일학교에 간 딸을 데리러 갔다가 우연히 예배 장면을 목격했다. “당시 설교나 찬송은 기억 안 나지만 아직도 또렷한 건 성도들의 표정입니다. 저랑 달리 무척 평안했어요.”

그는 그들의 평안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궁금해져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평안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예배와 새벽기도회 자리로 이끌었고, 마침내 복음의 기쁨을 알게 됐다. 삶 또한 180도 변했다. 동료를 시기하던 야심가가 아닌 중보기도의 사람이 됐다. 범법자들에겐 틈만 나면 복음을 전했다. 그는 하나님을 제대로 알고 싶어 2000년 계약신학대학원대학교에 입학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서울경찰청은 그를 기독교 담당 정보관으로 임명했다. 기독 단체의 집회나 시위를 파악해 요구사항의 핵심이 무엇인지 보고하면서 정부와 기독교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이다.

“정보관 일을 하며 훌륭한 기독교인들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왜 한국교회가 욕을 먹는지도 깨닫게 됐어요. 아집과 욕심으로 자기 이익만을 챙기려는 모습 때문이죠.”

그는 지난해 말 한국교회 회복을 위해 앞장서야겠다고 결심했다. 출석하던 서울 창광교회 이병규 목사의 권유로 지난 1월부터 경찰 계급장을 달고 의광교회 강도사 사역을 시작했다. 정년퇴직을 4년 6개월 앞두고 지난 달 명예퇴직을 결정했다. 가족과 동료들이 완강하게 말렸지만 그는 단호했다. “지금 주변에는 예전의 저처럼 욕심과 미움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많아요. 하루빨리 그들에게 하나님이 주신 참 평안을 전하고 싶습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이사야 기자 isay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