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서울 중화동 영세교회] ‘다음세대’ 챙겨야 교회 미래가 있다

입력 2011-07-01 17:19


서울 중화동 영세교회의 앞마당에 들어서면 ‘목적문’이라고 새겨진 바위가 보인다.

‘본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에 따라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해 불신자들을 교회로 인도하고 가족으로 삼아 성숙하게 하며, 교회에서 사역하게 하며, 세상에서 선교하게 해 함께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목적문에는 성경이 제시한 교회의 5대 목적인 ‘예배’ ‘전도’ ‘교제’ ‘제자훈련’ ‘봉사’가 한 문장으로 요약돼 있다. 23년 전 아버지 김종수 목사에 이어 2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김충렬(65) 목사는 릭 워런 목사의 새들백교회를 벤치마킹해 1999년 목적문을 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매년 성도들과 교회의 사역 방향을 정해왔다. 그러다 4년 전부터 사역의 초점을 ‘다음 세대’로 맞췄다.

“현재 한국교회가 직시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다음 세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배드리고 전도에 힘쓰며 교제하고 제자훈련을 받아 봉사할 신앙의 자원 말입니다.”

김 목사는 그 원인을 ‘분리’ 현상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가정과 교회, 교육과 목회, 세대 간, 신앙과 삶이 분리됐기 때문에 다음 세대를 품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진단에 따라 김 목사는 ‘다음 세대와 함께 가는 교회’라는 전략을 세울 때 유대인의 ‘쉐마교육’에서 그 원리를 찾았다. 또한 성도들에게 교회학교가 더 이상 교회의 부속기관이 아닌 그 자체가 곧 교회임을 강조했다.

“교회학교는 신앙공동체의 본질을 살려야 합니다. 교회학교 학생은 더 이상 ‘교육’만이 아닌 ‘목회’의 대상이며 교회학교를 ‘교회안의 작은 교회’로 보고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영세교회는 이를 바탕으로 몇 가지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행하고 있다. 첫 번째는 가정과 교회를 연계한 ‘아기학교’다. 24∼48개월 사이 아기들이 부모와 함께 하나님 말씀을 배우고, 찬양과 율동, 야외학습, 놀이 등을 통해 교회와 친밀감을 갖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연구원에서 발간한 교재를 바탕으로 아기학교는 봄과 가을 학기에 각 10주씩 진행된다.

지난해부터는 3대가 함께 참여하는 ‘한 가족 예배’를 드리고 있다. 다음 세대에 신앙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현재 20가정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매월 첫째 주 찬양예배 시간에 진행된다. 김 목사는 한 가족 예배가 세대 간 분리를 막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할아버지가 기도하면 손녀가 말씀을 봉독합니다. 처음에 어색해했던 어린이들도 자연스럽게 흡수돼 예배로 세대가 하나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매주일 낮 실시되는 ‘행복한 가정학교’는 영세교회가 청년과 장년의 분리를 막기 위해 고안한 프로그램이다. 담당교역자인 지민섭 목사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청년들은 갑작스럽게 장년부에 소속되는 것을 불편해하고, 그렇다고 청년예배에 계속 나올 수도 없기 때문에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행복한 가정학교가 생긴 배경을 설명했다.

대상은 결혼생활 10년 이하 부부이다. 성경공부, 부부생활 세미나, 자녀양육법, 태교와 출산 강좌 등을 실시한다. 장년 성도들도 강사나 도우미로 참여해 참석자들이 장년부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세교회는 현재 ‘다음 세대관’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소극장, 도서관, 교회역사관 등을 만들어 세대 간 소통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김 목사는 아버지를 추억하며 ‘다음 세대’에 대한 사역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1969년 교회가 세워지고 아버지는 당시 어린이들에게 큰절을 올리시며 ‘21세기를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음 세대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저에게 이어졌고 훗날 제 후임 목회자와 성도들에게도 흘러갈 것입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