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취업 꿈꾸는 ‘반기문 키즈’를 위한 선배들의 조언

입력 2011-07-01 16:34


“나도 반기문이 되고 싶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이 확정되면서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는 ‘반기문 키즈’가 늘고 있다.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국제기구인사센터 상담실에는 지난달 중순 이후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 이곳은 정부가 우리 국민의 국제기구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3월 개소했으며 전화(02-2100-0822), 이메일(unrecruit@mofat.go.kr), 대면 상담을 해주고 있다.

국제기구의 일원이 돼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하지만 ‘유엔인(人)’이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어렵다는 대기업 취업보다 훨씬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유엔분담금 11위인 우리나라의 유엔기구진출자 순위는 192개국 중 72위(유엔사무국 2010년 기준)로, ‘심각하게 또는 매우 심각하게 과소 진출한 국가’여서 다른 선진국보다는 취업문이 넓다고 볼 수 있다.

국제기구의 철문이 활짝 열릴 수 있도록 두드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최신 유엔 가이드북’에서 유엔무대로 진출하는 11가지 방법을 소개한 김정태씨는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본인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거버넌스센터 홍보팀장이기도 한 그는 “나의 미션은 공공이익의 증진이었다. 그것은 유엔과 잘 맞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 과학자 신진호씨는 “국제기구 진출 노력은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라고 정의했다. 만약 돈을 많이 버는 것이나 권력을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유엔보다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파악하는 것은 유엔 진출의 제일 요건 중 하나인 전문성 제고와 바로 연결되기도 한다. 김 팀장은 “유엔 직원 채용은 대기업의 경력사원을 뽑는 것과 같다. 따라서 전문 분야 경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하고 싶은 분야를 꾸준히 해 경험을 쌓는 동안 전문성은 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도 신입사원을 뽑긴 하지만 경력이 있는 전문가를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 경력을 갖춘 다음 2만여개의 유엔기구 중 경력과 잘 맞는 곳을 찾아 공략하는 것이 성공확률이 가장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YPP(젊은 전문가 프로그램·Young Professional Program) 공개모집에 응모해 지난달 1일 근무를 시작한 정지은씨도 “몇 해 전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계기로 개도국 아동의 교육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게 됐고, 그 분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인턴 등을 하면서 전문성을 키워온 결과”라고 밝혔다.

유엔의 공용어는 영어와 불어다. 그래선지 대형 포털에는 “외국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토종’은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협박성(?) 조언이 의외로 많다.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그렇지 않다. 유엔거버넌스센터 김 팀장도 한국사를 전공한 순수 토종이다. 2011 국제기구 인사센터 주최 국제기구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고은경(유네스코 베이징 오피스 유엔봉사단)씨도 어학연수 경험조차 없는 국내파다. 30일 모교인 영남대에서 특강을 한 화학무기금지기구 사찰국 사찰팀장 김습씨도 순수 국내파다. 물론 회의나 토론 때 생각을 정확히 전달할 정도의 어학 실력은 필수다. 회화보다는 서류작성이 많아 작문 실력이 더욱 중요한 것도 유엔의 특징이다.

전문성과 어학실력을 갖춘 다음에는 끈기를 갖고 도전해야 한다고 국제기구 진출 선배들은 입을 모은다. 김습 팀장은 “절대 급하게 접근하지 말고 현직에 충실하면서 장기적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유엔 나이로비사무소 홈페이지에는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들에게 “일반기업체 또는 비영리기업에서 먼저 경력을 쌓아보라. 혹은 유엔봉사단에 지원하라”는 조언이 올라와 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초·중·고교생들도 국제기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 김정태 팀장은 “유엔에 관심이 있다면 유엔과 우선 친구가 되라”고 당부한다. 시간 날 때마다 유엔 홈페이지를 방문해 유엔을 나의 세계로 만들라는 것. 해마다 지정되는 기념의 해를 따라 그 주제를 파고드는 독서, 활동, 신문읽기, 자료 찾기 등을 하고 기념일 관련 이슈를 파악해 캠페인 등 행동을 실천하고 보고서를 작성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국제기구인사센터 외에도 국제기구 초급 전문가(JPO)들의 모임인 JPO 투게더(home.freechal.com/jpo), 유엔과 국제기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인 ‘유엔과 국제활동정보센터 (cafe.daum.net/unitednations)’ 등에 가면 국제기구 진출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확한 것은 각 기구의 홈페이지다. 공석 공고는 물론 그 기구에서 원하는 역량이 무엇인지 자세히 소개돼 있다. 유엔인이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국제기구의 홈페이지 탐험을 떠나보라.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