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긴축안 통과… 유로존, 일단 안도

입력 2011-06-30 18:53

그리스 의회가 ‘중기 재정 계획(이하 긴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이 일단 안도했다. 하지만 금융전문가들과 외신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리스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정말 좋은 소식”이라며 반겼다고 AP통신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도 “국가의 책임을 보여준 투표”라며 환영했다. 존 립스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대행은 “그리스 의회가 통과시킨 것은 긴축안이 아니라 그리스 경제를 근본적으로 회복할 구조개혁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주요 증시는 ‘큰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에 이날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그리스 의회는 긴축안 결의에 이어 30일 실행방안에 대해 다시 투표를 실시했다. 통과는 됐지만 지금부터가 더 큰 문제다. 국민들은 정부의 긴축안에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 저항이 워낙 강해 핵심 사안인 증세와 지출 감축이 제대로 이행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도 긴축안이 시행돼도 그리스가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빠져 있어 빚을 갚기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한편 유럽 정치권과 은행들은 프랑스가 제시한 ‘브래디 본드’ 방식 해법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이 방식은 기존 그리스 채권을 EU가 지급보증하는 채권으로 새로 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이를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처리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는 자발적 차환(借換)이 시장논리에 위배된다며 ‘디폴트 취급을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위르겐 슈타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이사는 “유럽의 구제금융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며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