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규제 시동… WHO 휴대전화 암 언급에 잠자던 법안 통과

입력 2011-06-30 18:47

휴대전화의 암 발병 가능성을 인정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표에 환경부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전자파의 인체 유해 가능성 때문에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근 손범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환경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시켰다. 2008년 8월 발의돼 3년째 잠자고 있던 이 법안은 전자파를 생활환경의 범주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대기, 물, 폐기물, 소음·진동, 악취, 일조 등을 사람의 일상생활과 관계되는 환경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전제품 및 휴대전화의 사용 증가에 따라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송전탑·이동전화 기지국에서 방출되는 전자파 관련 민원이 많이 발생해 생활환경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17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심사과정에서 전자파와 인체 피해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고, 과학계·산업계 및 관계부처 간 합의 실패 등으로 보류됐다가 폐기됐다.

지금도 전기·전파 산업을 관장하는 지식경제부 및 방송통신위원회는 전력사업 지연, 사회적 비용 부담 가중, 업무 중복 등을 이유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전자파의 유해성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불필요한 불안을 부추긴다는 것이 이들 부처의 가장 큰 반대 이유다.

하지만 WHO의 발표로 순식간에 상황이 바뀌었다. 환노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의견에서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WHO 연구결과에 따라 전자파로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의 근거를 마련하려는 개정안은 의미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환경부가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을 규제하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경부와 방통위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 입법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