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여대생이 말레이시아 감옥에 있는 까닭… 야권 반정부 시위현장 찾았다 체포

입력 2011-06-30 21:38

전남대 응용화학과에 재학 중이던 송모(24·여)씨는 지난 3월 16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 5·18기념재단에서 보내주는 파견 인턴십 과정을 통해 말레이시아의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공명선거를 위한 국가협회(NIEI)’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대학을 다니며 5·18기념재단에서 광주 민주화 항쟁에 대해 공부하고 행사 진행의 도우미로 참여하는 등 자원 봉사 단원으로 활동했던 송씨는 현지에서 3개월여 동안 말레이시아의 민주주의와 선거제도를 연구했으며, 각종 콘퍼런스에 참여했다.

송씨는 지난 25일 남부 지역인 조호르주에서 민주행동당 등 야권세력이 주도한 반정부 시위 현장을 찾았다. 시위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 경찰의 검문에 걸려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는 다음날인 26일 오전 4시 석방됐지만 이틀 뒤인 27일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숙소 근처에서 현지 경찰에 다시 긴급 체포돼 쿠알라룸푸르 부키트 감옥으로 옮겨졌다. 송씨가 풀려난 뒤 집으로 돌아오고자 올랐던 버스에 시위대 일부가 있었는데 잠복해 있던 사복경찰이 송씨가 또 이들과 연계된 줄로 의심했던 것이다.

말레이시아 보안 당국은 “송씨의 여권이 위조된 것으로 의심되며, 비자 발급에도 문제가 있다”며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해 조사 중”이라고 30일 우리 외교부에 알려왔다. 특히 시위현장에서 필리핀인 로미오 카스틸로(59)씨와 함께 반정부 시위를 주동하는 등 국가안보에 위협을 끼친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가 있을 경우 영장 없이 14일 동안 구속할 수 있다.

송씨가 인턴으로 있던 NIEI는 송씨가 구금된 후 곧바로 항의 성명을 내고 “경찰은 송씨를 간첩으로 의심하지만 그는 한국 5·18기념재단 소속으로 NGO 프로그램 차원에서 말레이시아에 왔다”며 “시위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5·18기념재단도 사태를 파악하고 지난 27일부터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 등에게 도움을 요청해 당국과 협상에 나섰다.

외교부 관계자는 “주 말레이시아 영사관 직원을 통해 송씨의 안전을 확인했다”며 “송씨의 비자 등에 문제가 없음을 현지 경찰에 알리며 조속한 석방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