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갈등에 발목… 변죽만 울린 與 비대위

입력 2011-06-30 21:42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30일 마지막 공식회의를 가졌다. 5월 12일 첫 회의에서 ‘위기에 처한 당의 등대 역할을 하겠다’며 의욕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고질적인 계파 갈등에 발목이 잡혀 전당대회 룰 하나 제대로 매듭짓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비대위, 씁쓸한 마무리=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회의에서 “계파 인식이 문제이고, 자파 이기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당의 현실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며 “한나라당은 기초가 무너져 있다”고 토로했다. 정 위원장은 “이대로는 당의 미래가 없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기초부터 다시 쌓는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첫 회의에서 “제 머릿속에 계파란 없다”며 의욕을 보였던 정 위원장의 소감에 당 안팎에선 “씁쓸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50여일간 19차례 회의와 6개 권역별 순회 방문을 하는 동안 비대위 활동은 그야말로 ‘논란의 연속’이었다. 비대위 구성, 전당대회 룰을 놓고 계파 갈등이 극심했다. 우여곡절 끝에 ‘선거인단 21만명 확대, 여론조사 30% 반영’을 골자로 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전국위원회에서 통과시켰지만 일부 전국위원들이 이해봉 전국위원장의 위임권 행사에 반발, 이의를 제기하면서 법원이 일부 효력정지결정을 내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은 이날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논란이 일었던 부분을 수정한 당헌 개정안을 전국위원회에 상정키로 의결했다. 이 전국위원장의 사퇴 요구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전대 직전임을 감안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2일 전국위원회에 이 같은 전대 룰을 반영한 당헌 개정안이 상정된다. 당 지도부는 전국위원들의 회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만반의 대비에 들어갔다.

◇홍, 나 ‘분칠’ 공방=전당대회 후보자들은 2차례 TV 토론회에서 열띤 공방을 이어갔다. 홍준표 의원과 나경원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홍 의원이 “거울보고 분칠이나 하는 후보는 안 된다”고 한 것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홍 의원은 “저도 화장했다. 스타일리스트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며 여성비하 발언이 아니었다고 피해 나갔으나 나 의원이 계속 문제제기를 하자 “거기에 대해 오해를 했다면 정중히 사과한다”고 말했다. 토론 직후 권영세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홍 의원의 발언은 누가 봐도 여성후보를 뽑으면 안 된다는 소리이지만 홍 의원은 궁색한 자기변명을 했다”며 “당 대표가 되면 여성비하, 성희롱 발언을 한 당직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직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가 맹종하는 사람들만 데리고 대선이 되겠느냐, 친박도 박 전 대표 비판을 못한다”고 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친박근혜계 후보인 유승민 의원은 “친박 하면서 박 전 대표와 뜻을 같이 했지 맹종하고 할 말을 못한 적 없다”며 “발언의 정정을 요구하고, 인신공격성 발언의 자제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나래 유성열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