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도청한 적 없다”… 민주당과 전면전 치닫나

입력 2011-06-30 18:33


제1 야당 대표실이 공영방송에 의해 계획적으로 도청됐다는 전대미문의 의혹을 놓고 민주당과 KBS가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든 허위로 판가름 나든 둘 중 하나는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도청 주범=KBS’로 해석될 수 있을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30일 MBC 라디오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 각 언론사에서 KBS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물론 우리 민주당 쪽에 제보한 분도 KBS를 의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KBS가 그런 일을 했다면 공영방송으로서 존립의 위기마저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이번 사태의 이해당사자로 지목된 한 언론사의 무례하고 금도를 넘는 취재 행태는 국민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역시 KBS를 겨냥했다.

민주당은 도청 의혹 관련 녹취록을 공개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키로 했다. 아울러 대표실에 대한 경찰의 현장검증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박희태 국회의장을 조만간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실무 당직자 3명은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해 도청 당사자로 KBS 모 기자가 의심스럽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히 KBS에 대한 파상공세다. 다만 6월 임시국회 내에는 한나라당의 KBS 수신료 인상안 강행처리가 물리적으로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따라 회기 마지막 날인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사흘째 진행해온 문방위 점거 농성을 해제했다.

그간 공식 반응을 자제하던 KBS도 정식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KBS는 ‘정치권 논란에 대한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이른바 도청행위를 한 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회사와 기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주장과 행위에 대해 즉각 법적 대응에 착수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는 “그동안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이 추진되고 있음을 감안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면서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 등의 이름을 빌려 KBS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증폭되고 회사의 명예가 크게 훼손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필요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KBS 정치외교부 국회팀은 민주당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정당한 취재활동을 폄하하고 방해하는 어떤 언행에도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경고성 내용이다.

민주당이 도청의 뚜렷한 물증까지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양측의 공방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녹취록 입수 당사자인 한 의원이 진실을 공개하면 사건은 조기에 해결될 수도 있지만 한 의원은 입을 굳게 닫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이날 한 의원에게 공문을 발송해 문제의 녹취록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김호경 박지훈 전웅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