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던 ‘한은법 개정안’ 끝내… 단독조사권 배제 ‘껍데기’ 불구 무산

입력 2011-06-30 18:31


“단독조사권까지 배제했는데도….”

한국은행법 개정안의 핵심 쟁점이었던 한국은행에 일정 부분의 금융회사 단독조사권을 주는 조항을 삭제했음에도 이 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본보 28일자 14면 참조). 이에 따라 한은법 개정안은 8월 임시국회(열릴 경우)나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갔다. 향후 전망은 이미 큰 사안을 합의한 데다 ‘껍데기’만 남은 법안마저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비판 여론에 직면할 것인 만큼 법안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낙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홍재형 국회부의장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교섭단체 간 합의에 따라 한은법 개정안을 이날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국회 통과는 기정사실화됐다. 법사위가 핵심 쟁점인 한은 단독조사권을 배제한 수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법사위는 한은의 공동검사 요구 시 단독조사권을 삭제하되 공동검사 이행 착수 의무기간(1개월)을 대통령령에 명시해 금감원이 한은 요구에 불응하거나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 수 없도록 했다.

대신 한은이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대상 금융기관을 현실화하고 한은법 목적에 물가 안정 이외에 금융안정 유의를 포함한 점 등 일부 조항만 수용했다.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상정조차 안 된 것은 한나라당 내 이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공동검사를 대통령령으로 명시한 것에 대해 “지나치다”며 반발했고 기획재정위 의원들은 반대로 “단독조사권이 배제되면 개정안 통과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은 극도로 허탈한 분위기다. 한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단독조사권을 따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어서 공동검사라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수정안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런 안조차 국회에 상정조차 안 되면 어떤 안이 통과되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피아(재무관료)와 정무위 의원들의 강고한 벽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